개천절 아침을 늦잠으로 보내고 아주 늦은 아점을 먹고 점심을 먹으러 야외로 나갔다.
시험이 끝난 덤보는 기분 좋게 채집망과 채집통을 들고 시장 가방까지 챙겼다.
돌아오는 길에 코스&코에 들러 사야 할 목록들이 좀 있단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음식점은 야트막한 산도 끼고 있서 산책 코스와 채집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인데 우리 가족같은 구성원은 그 곳에서 볼 수가 없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거나 나이든 가족 나들이거나 해서 우리 가족이 지나가면 덤보의 차림새 때문에도 구경 꺼리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작년에 개미귀신을 잡았던 장소에서 개미귀신을 채집 하기위해 산책을 나갔다.
온 산이 우리 것인 양 덤보의 높아진 목소리와 호기심 가득한 흥분으로 가득 채워졌다.
덤보는 썩은 나무통을 뒤집고 흙구덩이를 보는 동안 난 숨어 핀 산부추도 발견하고 며느리 밥풀꽃도 찾아내고 씨 하나 새가 떨어트렸는지 홀로 핀 구절초랑 산을 넘어 호수가에 이르기 까지 여러 꽃들을 만나고 찾는다.
내 발 밑 바로 앞 대청호는 마치 내 우울을 가두어 둔 양...깊이를 모르게 찰랑 거리고 잔뜩 물을 가두어 두고 있었다.
그동안 비가 좀 많이 왔었나...
물끄러미 물만 쳐다보다가 덤보의 뜻없는 질문에 건성 대답을 하고는 남편이 이끄는 손을 잡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장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덤보가 조금만 공부를 더 잘했으면 같이 장을 보고 노는 시간이 즐겁기만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잘 하기를 바라고 욕심내서 놀 시간도 뺐고 혹은 놀면서도 불안해 하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은...
성적이 좋지만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덤보야 고맙다..그랬더니만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려 한다.
덤보 덕분에 행복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