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피천득씨가 고인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막연했던 감정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난 며느리라서 피붙이가 아니니까 느끼는 감정이겠거니 혹은 늘 긍정적이라 좋게만 생각하는 버릇이 심각성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했는데...
시아버지는 병원에 대한 기대와 의존도가 워낙에 컸던 양반이니 병원감염일지언정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사실은 행복한 상황일 수 있겠다 싶고 항생제에 반응하는 치료과정을 보면서 이 또한 자식으로써 편안한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별거 아닌 걸로 입원해 폐렴이 되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샥에 빠진 걸 지켜본 어머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까지 받아들이셨나본데 아버님이 보여주는 증상과 상황이 고령이긴 하지만 원인만 치료되고 제거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라 난 희망적이고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버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통증이나 죽은에 대해서 다양한 표현을 함으로 삶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표현했었다.
약학을 전공한 아들에겐 죽는 약을 구해달라시기도 하고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어머니에게는 몽둥이로 때려 죽여달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으셨지만 의사의 옷자락을 잡고는 살려달라는 표현을 하셨었다.
그러나 그 통증이란 질병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라 노화과정이므로 살아았는 동안은 누구나 겪어야 할 댓가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