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버이날은 시집중심의 문화인가 싶은게 며느리 이전에 난 딸인데.
지나고 나면 늘상 유감스런 마음을 정리해야만 한다.
기숙사에 있는 딸을 데리고 시집으로 향했다.
마침 봉사활동중인 아이를 기다려,할 일이 밀렸다는 아이의 일상을 절충하여 함께 가기로 한 것인데.
그건 순전히 우리의 욕심이었다.
시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찍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갔지만 이눈치 저눈치 보는 남편의 우유부단함으로 출발이 늦어지자 아이도 속이 타니 실망하여 보채고 말았다.
어쩌다 왔으니 좀 있다가자는 남편의 말.
배신자같으니라구.
남편의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어려운 걸음한 딸래미의 사정은 뭔가..말이다.
아이와의 기본적인 약속을 무시한 남편의 무지한 발언에 내 맘 속 깊은 앙금이 한거번에 뒤집어져서 흙탕물을 일으켜 놓았다.
할 일이 있다는 아이의 스케줄은 무시되어 마땅한 것이라고?
예전처럼...
남편만 두고 시집을 나설 것인지.
아님 아이가 컷으니 혼자 학교로 돌아가도록 도울 것인지 잠시 갈등하다가 백번 양보해서 아이에게 기차시간을 알아보라 했더니 마지못해 신경질을 부리면서 따라나설 기세더라.
나도 내 부모에게 절절한 마음이지만 난 내욕심 다 안부린다.
내 부모도 바쁜 일상을 방해하거나 소유의 욕심을 부리지 않기에 미안한 마음을 더 내고 절로 마음 붙들어 매고 사는 거 아닌가 싶다.
만날 때 마다 진절머리 나게 욕심을 느끼고 그런 부담을 준다면 자연스레 맘이 뜨고 마는 걸 왜 모를까.
백번 양보하며 시집에 몸이 가있는 며느리에게 사소한 것으로 만족을 할 수는 없는 걸까?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잠시 짬을 내어 함께 하는 한끼 식사와 하루밤은 얼마나 큰 정성인가 말이다.
난 내 아이에게 참 고맙기만 한 걸...
시집을 나와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 너무나 거칠게 운전을 하는 남편을 보면서 이혼이란 걸 조심스레 떠올렸다.
자기 부모 앞에선 늘 이성을 잃는 남편이 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