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덤보와 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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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데 있어 덤보랑은 달랐다. 책에 그림을 그렸으니까. 책 뿐이랴..아이의 침대위 벽지는 온통 그 아이의 해석할 수 없는 그림판이었고 항상 책과 그림 그릴 도구를 끼고 살았는데. 덤보는 오로지 책 하나 달랑 겨드랑이에 끼면 세상 어디든 도서관이 되고 책 속의 세상을 확인하는 현장이 되기도 했으니 서로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 달라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그 애들의 다름이고 어쩌면 적성의 차이 쯤 아니었나 싶다.
4살 차이나는 누나의 책꽂이에 있는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덤보의 책사랑은 시작이 되었다. 5살 누나는 관심도 없는 책을 깔고 앉아 어질러 놓기 일쑤고 저지레가 심한 아이였는데 좋아하니 저러겠지 싶어 책하고 먼지하고 같이 놀게 해줬다. 늘 어질러진 집..아이가 하고 싶어하는데로 위험하지 않게만 지켜보는 것으로 아이 양육의 전부였던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두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말과 가르치지 않는다는 질책이었다.
그럴 때 마다 소신이기도 했지만 변명처럼 내겐 가르칠 기운이 없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피곤한 노릇이었기에 아이들이 귀챦게 하지 않고 각자 나름으로 책을 사랑하는 방법에 푹 빠져 살도록 했다고나 할까...
애들처럼 삼일을 살면 어른들은 피곤해 죽는다지 아마... 아이들 운동량은 얼마나 많은가,그 운동 자체는 아이들의 근육을 키워주는 자극제이며 근육의 왕성한 활동은 뇌의 혈류량을 풍성하게하고 자극시켜 머리를 좋게 한다지 않는가.
유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래미가 학교 다니기 전에 사교육을 한 건 유치원과 미술 교육이 전부다. 제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발달하고 감성이 풍부한 아이였기에 걱정을 하지 않았다. 아무렴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한글을 모를까... 첫 받아쓰기에서 10점 받아왔는데..칭찬을 해줬다..파티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우리 딸은 자기가 늘 공부를 잘하는 줄 알고 날로 눈부신 발전을 하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던 것이다.
큰 아이가 그렇게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책가방을 들고 왔다리 갔다리 하니까 덤보가 가방을 따라 싸더라... 누나가 받아쓰기 공부를 하니까 자기 책을 가져와 책을 들여다 보면서 누나처럼 쓰거나 그리면서 익히는게 아니라 눈으로 따라가는가 싶더니 누나보다 일찍 책을 줄줄 읽기 시작을 했다. 누나가 동생더러 책을 들고가서 읽어줘..하는 놀이가 글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던 거 같고 책을 읽게 된 거 같다. 둘이 잘 놀고 있으니 나도 그 틈에 내가 일고 싶은 책을 잡고 애들 곁에서 지켜봤던 시간들.
책을 읽게 되자 덤보는 눈뜨고 잘 때 까지 하물며 우윳병을 입에 물고도(4살 될 때 까지의 습관) 책만 들여다 보는 아이가 되어 그 후 독서량은 천문학을 알게 하고 별자리만 그려대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는 천문학 책에서 잘 못 편집된 부분을 가려내는 수준까지 가게 되어 천문학을 전공한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 일들은 종종 그 후로도 많은 예가 있었는데 과학동아를 구독할 땐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 학명이나 이름 등을 정정하곤 했는데 늘 덤보가 정확했으며 전국박물관를 다니면서는 틀린 이름을 찾아내서 인터넷에 글을 올려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의 경우 개관 후에 모사사우르스가 매소사우르스로 정정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하늘의 별을 경험해 보지 못한 덤보는 그것이 책 속의 허구인 줄 알다가 책에서 봤던 곤충들을 땅에서 발견해 내고는 환희에 사로잡혀 별 그리기 취미를 일부 접어버리고 곤충채집과 사냥에 취미를 붙여나갔다.
6살 되던 해엔 눈이 나쁜 걸 알고 안경을 맞췄는데... 그날밤 하늘의 별을 보고는 덤보가 엄청 놀라고 황홀해 했던 것이 기억난다. 책에서 봤던 것이 하늘에 있으니까..행복한 아이. 그 즈음 공룡에도 매료되어 공룡이름의 외우기 시작하고 점점 관심의 영역을 넓혀 생물학이란 단어를 알게 되고 고생물학이란 것도 알게 되었으며 스스로 꼬마 파브르란 칭호를 붙이고 한국의 파브르가 되겠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생물학자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을 이야기 하곤했었다.
그 아이 평생이다시피 오래토록 생물학자와 고생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말을 한 아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온 식구가 채집 여행을 쫓아다니고(그것도 아이 스스로 찾아내고 접촉해서 대학생들 채집여행에 따라다녔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만 항상 뒤에서 쫓아가 주고 형편껏 따라다녀보니 아이의 관심이 한결같고 구체적이고 열정이 식지 않는 거 같아 다행이다 싶다. 가르치려 했다면 지금까지의 호기심과 지적 노력이 가능키나 했을까...
난 그저. 늘 아이 곁에서 배고프지 않게 해주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며 우울할 때 이야기 들어주면서 아이가 자기가 궁금하고 알고 싶어 하는 질문에 대답한 거 밖에 없다.
이렇게... "엄마코끼리~~%$&*@#는 뭐야?" "글쎄~~~넌 아니??알면 엄마코끼리 좀 가르쳐 주라~~" "엄마코끼리는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하..요즘 관심이 거기에 가있구나..엄만 잘 모르겠는데..엄마도 궁금하넹~~" 그렇게 글쎄~~와 아하...와 그렇구나~~별 걸 다 관심 갖었구나..재밌겠다...등등의 반응만 귀챦아 하지 않고 보여주면 아이가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했던 거 같다.
내게 욕심이 있다면 덤보를 평범하게 키우고 싶은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돈 벌어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가장으로 키워내야 할 책임이 내게 있기에 소박한 꿈에 만족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가치있음을 낮은 곳에서 부터 알게 하고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기를 바라고 바란다.
인문계도 겨우 통과한 아이지만 난 덤보에게 확신과 믿음이 있다. 대학은 가겠다니 능력에 맞춰 갈 수 있는 학교를 찾아내는 것이 내 숙제이고 그 일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란 것을 큰 아이 입시를 겪으며 피부로 느낀 바이다.
덤보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고...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덤보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까 자기 책 이야기를 했느냐며 궁금해 하는 녀석. 책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 웃음보를 참지 못하는... 참으로 행복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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