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영평사에 구절초 구경을 다녀왔다.
세가지 할 일을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오기엔 아까운 오전이었지만 혼자 꾸역거리며 밥을 먹기가 싫어서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을 핑계로 집으로 돌아왔다.
장을 보며 산 떡을 입에 물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친구가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집전화로.
구절초가 궁금하다고...
그 친구는 늦잠쟁이다.
약국을 하는 남편을 둬서 늦은 시간 마감을 하고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남들보다 늦어져 생활이 약국에 맞춰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자기 할 일은 철저하게 완벽한 여인이라 일을 남겨두고는 잠을 못자는 터라 더 늦어진 잠버릇 탓에 남다른 잠습관이 들어버렸다.
속모르는 사람들이 보긴엔 게으른 여자처럼.
잠이 덜 깬 친구를 태우고 공주 금강길을 따라 영평사를 찾았다.
꽃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점심을 먹자 해놓고 공짜 국수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그녀가 요즘 공허하단다.
그 내색 조차 남들에게 터놓기가 두렵다는데.
알 것같은 기분.
내 대답은 이랬다.
우린 환경이 나빠...나쁜 환경이야.
친구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라는 뜻이렸다.
난 아랑곳 하지 않고 왜 나쁜 환경인지를 설명을 이어나갔다.
있지..생각해봐,바쁘게 살 필요 자체가 차단이 된 삶인데.. 남들처럼 부지런을 떨어야 하느냐구~
환경이 나빠서 부지런해질 수가 없어.
남편 바꾸는 수 밖에 없어!!
지금 생활은 우리에게 딱 맞는 삶이야.
편한 것도 복이고 게으른 것도 팔자야.
그건 복이라구...
복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