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팔이 | ||
| ||
새벽 1시 반 전화는 기분이 참 거시기하다. 동서의 전화다. 시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단다.
니들 엄마가 의식을 잃은 거 같다. 흔들어 깨워도 정신을 못차리고 헛소리만 하고 오늘밤 아무래도 못넘기지 싶다...고 전화를 하셨단다.
시동생이 놀라서 폭설이 내리는 길을 쫓아갔고 119를 불렀단다. 소란스럽고 시끄러우니 잠에서 깬 어머님이 무슨 일인가 싶은 걸 정신을 차린 걸로,다행히 좋아진 걸로.
구정 이후 아버님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는 동안 어머님은 따로 낮으로 링게루 맞으러 다니셨는데 주무시는 걸 의식을 잃은 걸로 진단한 아버님의 소견에 따라 그 밤중의 소동을 거쳐 응급실에 이틀 째 입원치료 중이시다. 어머님 그리 입원시키고 뒤굼치가 아파 못따라 가시고는 그날로 다시 입원을 하셨단다.
새벽 전화를 받고 그날 난 꼬박 밤을 샜지만 놀란 남편을 진정시켜 재우느라 이런 말을 했다.
내 말이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오늘밤 못넘기는게 분명하지도 않거니와 당장 큰 일 난 거 없다. 아직은 아버님 진단이고 의사는 아니지 않느냐. 이 시간이면 어머니도 깊은 잠 주무실 때인데..낮으로 내 주무시다가 밤 잠을 잃은 아버님이 내린 진단이 뭐 그리 확실하다고 다들 호들갑을 떨어야 하느냐구. 그리 걱정이라면 119 불러 안전하게 병원으로 가보는 거 외엔 할 것이 없고 시동생이 그래서 달려갔다니 그쪽 연락이나 취해보자..우리가 할 일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움직여야 하는 거지 괜히 호들갑에 힘빼면 죽도 밥도 안된다. 동서가 이밤에 형님들께 연락을 취하지 않음 만약에 돌아가셨을 때 욕먹을까봐..라며 전화를 했는데 우리가 알았으니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자며 사정이나 알고 형님껜 전화해도 해야지 생각 좀 해보자 했다.
어제는 저녘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병원 의료진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와 어머님과의 전화통화 결과를 이야기 해주니 남편이 이런 결론을 낸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하시는 걸 호강하는 것 쯤으로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나야 못된 며느리라 치지만 아들까지 냉정하게 만들어 버린 책임은 아버님의 돌팔이 기질에 있다.
그나저나 시동생은 이리저리 시달리고 심부름하느라 힘들겠다. 동서가 이해하고 알아주길 하나 또 푸근하길 하나..그 일로 남편을 달달 볶아놓겠다고 큰 시숙과 나한테까지 신경질이니 정작 죽어나는 사람은 가까이서 항상 힘들게 시중하는 시동생이겠다 싶다. 시동생이 제일 안스럽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