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잠
동물가족 우리집 이야기 2006/02/08 04:04   http://blog.azoomma.com/shahn8079/218198

며칠 전 부터 친구의 사무실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니 피곤했었던지 남편 없는 이른 저녘을 먹고 잠깐 쉬자고 했던 것이 초저녘부터 잠이 깊이 들었었나보다.

부산에서 기차를 탄다는 소리에 깨어 덤보가 정신 차리라고 타 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해 보니 11시 22분 도착이라는 소린 택시를 타고 오겠다는 소리가 아니라 마중을 나아줬으면 하는 소리로 다시 해석이 되었다.

 

전화를 받고 밖을 내다보니 눈발이 여전하다.

간간히 자동차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다날만하겠다 싶어 눈 오는 것을 감안하여 일찍 역으로 나갔다.

출발 하자마자 얼마나 눈이 많이 쏟아지는지...

갑자기 길거리에 차들이 보이지도 않는다.

혼자 엉금엉금 차선도 없는 길을 지나간 앞차의 흔적을 짐작으로 역까지 가면서 생각해 보니 오히려 눈오는 풍경이 낭만적이기 까지 하다.

 

3분 일찍 만날 장소에 도착하니 흔하던 택시 조차 보이지 않는다.

눈 때문인지...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갑자기 눈이 그치기 시작한다.

남편이 기차에서 내린 시간부터 거짓말같이 눈이 그쳐서는 고생없이 편안하게 기다리는 줄 아는 것 같다.

하여 돌아오는 길에 수다스럽게 오는 내내 눈이 얼마나 무섭게 내렸는지 떠들어 댔다.

내가 방금 지나갔던 길에 때맞춰 사고 차량들이 있는게 그 순간의 폭설을 증명해주듯이 나동그라져 있다.

 

가끔은 나도 나의 그런 무모함이 궁금하다.

눈이 오니 낭만스럽다고 생각했고.

자다 깬 중에도 눈치가 있어 내가 잘하는 거의 유일한 일인 남편의 뜻에 따라주고 싶었고.

남들이 하는 일이면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평소의 소신이 눈 오는 날 용감하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잠이 확 깼는데 피곤한 남편이 잘 준비를 하면서 커피를 한 잔 만들어 오더니 남은 한 모금을 준다.

그 때문에 잠이 멀리 달아나  누었다가 일어나 세탁기 돌리고 설겆이를 하고 청소를 끝내고 아직까지 버티던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떼어 창고에 정리해 넣었다.

 

그릇을 정리해 넣다가 와인잔에 눈이가 와인 한 잔 마시고 있는 지금 기분이 좋다.

조금 졸린 듯도 하고 또 날밤 샐 거 같기도 한.

밤새 눈이 언제 그치나 지켜봐야겠다.

그러다가 졸리면 자고.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