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약속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작은 녀석이 나름의 계획이라고 말을 한다.
시내 헌책방을 구경하고 싶단다.
일부러 차를 멀리 주차시키고 멀리멀리 돌아돌아 군것질 구루마가 잔뜩 모여있는 곳을 지나 애견 가게가 즐비한 곳을 지나니 꽃집 거리였고 곧 시장과 맞닿아 눈길 가는 곳마다 온갖 구경꺼리로 눈요기를 하면서 책방에 도착을 하였다.
헌책방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는 녀석의 눈은 광채로 빛난다.
한참을 먼지구덩이를 뒤적이더니 책 두권을 고른다.
그 두 권이 삼천원.
세상을 다 얻은 듯 더 바랄게 없는 표정이다.
얼른 어디든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읽고 싶은 녀석의 마음이 엿보인다.
돌아 가는 길을 최대한 직선거리로 가기로 하고 들어선 길이 온통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숙녀 부띠크 거리였었다.
부츠 무조건 9900원.
그냥 지나갈 수 없다며 남편이 앞장서서 들어가 하나 고르란다.
입고 있던 코트와 색이 맞는 부츠를 하나 고르고 만원을 내고 100원을 돌려받았다.
요즘 유행인 끈이 치렁치렁한.
각자 자기 꾸러미를 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표정이지만 지친 다리를 위해 천원 커피숍에 들러 잠시 숨을 돌렸다.
한 모금씩 나눠 마시는 커피는 꿀맛이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든 녀석은 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남편과 난 동네 산책을 나섰다.
새신을 신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