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술마시다가 또는 맨 정신에 남편에게 하는 말이 있다.
"난 아무래도 시집을 잘 왔나봐..."
가끔 정정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난 아무래도 남편을 잘 만났나봐"로.
어젠 그런 날이었다.
일이 밀렸다고 사무실서 밥을 먹고 늦게나 들어온다는 전화를 친절하게도 해주었다.
두 아이 메뉴가 달라 남편의 그런 전화는 나의 걱정과 일을 확실히 한시름 덜어내 준다.
오후내 비와 빨래와 씨름을 했더니 신경이 곤두서서 몹시 피곤했었고 예정에 없이 대학가 인쇄소에 갈 일이 있다는 큰애와 친구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니 하는 일 없이 저녘에 몸이 파김치가 되었었다.
그렇게 피곤하던 차에 그런 남편의 전화는 피로회복제이다.
한 넘 여유있게 오믈렛을 해주고 기력을 회복하니 큰 넘이 돌어와 죽 끓여 달랜다.
두 넘 죽 끓여 배채워 주고 나니 난 죽고 싶을 만큼 피곤해졌다.
밥맛도 없고...
인간극장을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었나보다.
주인을 반기는 소란한 소리에 깨어보니 한참을 잤는지 잠에 취해 남편 얼굴도 안보이는 걸..남편은 친절히도 밥은 먹었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자상하기만 하다.
저녘도 굶고 잠들어 버린 걸 알고 맥주 한 잔 하자네.
난 아무래도 남편을 잘 만난거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