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간 친구가 방학이라 애들 데리고 왔다하여 얼굴을 보기로 했건만 아직 직장생활을 하는 여고 친구들 때문에 주말 약속으로 만들어 버려서 휴가를 보내려고 예약해 두었던 콘도를 쓰기로 했다.
친구들은 청량리역에서 만나 기차를 타고 오고 난 혼자 운전을 해야만 해서...
착한 남편을 꼬드겨서 효자아들로 둔갑을 시켜버렸다.
같이 제천에 가서 시어른들께 맛있는 것 사드리고 말벗해 드리라며.
그래서 남편이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서 친구들을 제천역에서 만나 여자들 셋을 더 태우고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시집으로 돌아가는 남편에게 갑작스런 출현에 대해 뭐라고 할껀지...
물었더니만.
사실대로 메누리가 친구 만나러 오는 길에 따라왔다고 한다네.
친구들은 그런다.
남편이 참 착하다고...
하긴 내 남편보다 더 착한 남편두 있구만.
이민 간 친구의 남편은 언젠가 유학가는 친구 때문에 그 때도 제천에서 모임을 했는데 오밤중에 약국 문을 닫고나서 마나님을 태워다 주고 그밤중에 집에 있는 애들 때문에 가야한다며 집으로 돌아갔던 착한 남편이었으니까...
우리의 모임에 빠진 유학간 친구가 아쉬워 동경으로 전화를 했는데 통화중에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었다.
때마침 지진이 일어난 시간에 통화가 된 것이다.
비명 소리만으로 어쩌면 생존 마지막 5분의 통화일지도 모른다는 긴박감으로 한순간 우리 모두 긴장했지만 친구가 안전하게 도서실을 나와 동료들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일하게 처녀로 남은 친구에게..공부고 뭐고..살구봐야 시집을 가지..하며 농담처럼 얼른 서울로 돌아오라는 말로 추억의 한부분을 만들어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