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남편은 나무꾼이 확실하고...
난...
오랫만에 바베큐를 하기로...
날씨도 적당히 서늘하고 날도 길어지고 무엇보다 아직 모기가 출현 전이라서 밖에서 불피우기 딱 좋은 때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릴에 숯불을 지피는 동안 밥하고 밥상을 차려내가니 고기 굽기에 적당한 화기가 되었다.
돼지와 마늘과 김치를 구워서 모두가 배가 부르게 먹고나서 남은 불씨가 아까워 오징어를 굽다가 실수로 불기운을 죽이게 되었다.
불씨를 살려 보겠다고 부채질을 하다가 나무젓가락을 집어 넣어 태우면서 본격적으로 집주변의 나뭇가지를 넣어보니 화력이 거세지는 것이 그때부터는 오징어 굽는 일보다 불장난에 재미를 가지고 나무를 해오기 시작했다.
어제 하루 종일 가지치기를 하고 집 주변의 잔가지를 정리해 두었었는데...
주변으로 불씨가 옮겨탈까봐 물뿌리게로 안전장치를 하면서 나와 남편은 신이 났다.
불이 아까워 감자를 쿠킹 호일에 싸서 불속에 집어넣고 그러다 보니 감자가 익는 냄새가 나도록 불을 지펴야 해서 불장난은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7시부터 밥을 먹기 시작해서 우리의 불장난은 2시가 넘어까지.
부슬비가 오는데도 불고하고 두개의 우산을 쓰고 불씨를 지켜냈다.
어쩐지..동네 사람들이 하나도 안지나 가더라...
내리는 부슬비가 차갑길래 테이블보를 뒤집어 쓰고 선녀 옷을 입은 선녀처럼 나무꾼이랑 마당에서 밤새 놀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