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는 항상 미루고 미루다 하는가보다.
친정 엄니가 주신 토란싹을 이제야 심었다.
동생이랑 차 이야기를 하다가 엄니의 텃밭이야기로 수다가 넘어가서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전화를 끈고 토란 봉지를 찾아 구덩이를 파고는 흙을 덮고 물을 뿌려주는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전화기 두 대를 밴치에 얹어두고 바쁜척을 해봤다.
조심스레 새싹들을 피해 자리를 잡아주는 것은 간단한 거 같지만 어려운 선택이다.
봄의 땅은 어떤 생명력을 숨기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엎드려 흙의 모습을 살피다 보니 열흘 전 뿌려둔 이름모를 씨앗이 그대로 있다.
세알씩 얕게 흙을 덮어주었는데...
봄비가 충분한지 않았나...
부지런히 물을 주고 들여다 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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