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
동물가족 우리집 이야기 2005/02/23 13:45   http://blog.azoomma.com/shahn8079/183066

몇 해 전..인가....

그때두 대보름이었다.

그것만 분명하다.
시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남은 오곡밥을 한 덩어리 싸다가 주었으니까...

당시 시동생은 재임용에서 떨려나 그 분노로 자신을 더더욱 고단하고 절망스런 나락으로 몰고가던 시점이었다.
그 화풀이로 온통 식구들에게 독기를 뿜어대고도 모자라 자신을 비참하게 학대하면서 절망하는 자의 몰락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항상 그렇듯이 내게 전화로 횡설수설 분노어린 화를 쏟아내고는 며칠 동안 밥구경을 못했단다.
남편에게도 똑같은 쓰레기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 자기 상처의 딱지를 걷어내는 짓에 놀라 황급히 찬 오곡밥 한덩이를 싸서 그 밤에 달려가곤 했었다.

지척에 가족과 가정을 두고 밥 하덩이 못먹었다고 마치 자신을 개보다 못한 취급을 하는데...
겨우 한덩이 찬 오곡밥에 가정의 온기라고 맞보려는 그의 허기진 그늘이 너무나 안스럽게 각인되는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그가 뜸금없이 전활 하면 몇 시간이고 주저리주저리 들어주고 나이 어린 형수지만 이리저리 간섭을 했는데...
잘 지내는지...
그녀에게 오곡밥은 얻어먹었는지...
아플 때 곁에 있어준 그녀에게 고맙다고 가족을 대신해 인사하고 싶은데...
나에겐 동서가 있어서 그도 못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