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을 받아보니...
코스프레에 대한 기사로 사진이 한장 있더라구요.
딸래미가 주말에 코스프레에 간다고 며칠 전 부터 아니...몇달 전부터 들떠 있었나 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아이와 타협하느라...코스프레에 대한 들뜬 마음 쯤은 이해해 주자고 우리 부부는 외려 협조적이었지요.
그래서 마녀 키키의 복장을 하려는 것에 적극 협조하느라..한겨울에 여름 보라색 원피스를 찾아 헤맸고 마녀 빗자루를 사러 돌아댕기기도 했으며 빨간 구두를 사러 눈에 불을 켜고 다녔었지요.
마침 구정을 지내고 와서 따로 용돈을 챙겨줄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방심한 사이...
큰 애는 작은 넘을 구슬려..누나가 서울가서 견문을 넓히는데 자금이 더 필요하니 투자를 하랬다면서 거금 5만원을 몽땅 줘버렸다는 것을 안 것은 애들 터미널에 내려놓고 집에 돌아와 우리집 돈 귀신이 돈을 안달라고 했던 궁금증이 갑자기 불길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상 하 다
왜 돈 달 라 는 말 을 안 했 지
순진한 아들넘은 지 누나 꾐에 빠져 홀랑 상납을 하구 그것을 비밀에 부쳤던게지요.
그 비밀이 탄로난 것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딸래미와의 첫 전화에서 였습니다.
아니...도착할 시간인데...왜 전화가 없는겨?????하고 전화를 하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나쁜 일이 일어났다며..뜸을 들이네요.
대뜸 돈 잃어버렸냐...그랬더니 지갑이 없어졌는데 어디서 그랬나 모른대요.
그럼 지금 어디며 뭐하고 있냐니까...서울에 도착했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우선은 일정을 강행한다고...
확~~~~~~~~열이 붙는 걸...누르고 가져간 카메라나 간수 잘하라고 하고 빌린 돈 계산이나 철저히 하라고 하며 친구를 바꾸라 했습니다.
돈은 여유가 있고 그래서 우리 딸래미가 짐덩어리가 아니라며 일정을 계속한다나요...
그 의미는...
딸래미 사정과 상관없이 예정된 대로 내 동생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지고 잘 놀겠다는 의지로 보여서 당장 딸래미를 돌아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 일정을 계속하게 만든 이유였답니다.
전화를 끊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 일이 일어난 시점은 고속터미널에서인 거 같은데...
차에 오르도록 지갑이 없어졌는지..있었는지 조차 모를만큼 넋이 나간채로 히히덕 거린 것을 상상하니...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 고맙고 그래도 전화가 있어 이쪽에서 그 사정을 빨리 알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지만...
어째..상황이 일어난 싯점에 철저히 외면을 당했나 싶은게...화도 나고 미숙한 처신에 너무나 실망이 됩니다.
남편은 이야기를 듣고 돈 잃어버린 것에 또 촛점을 맞춰서...
화를 내고...거금 10만원이 훨씬 넘었던 거 같은데...
사실 100만원 아닌게 다행이라고 소리쳤지만 저도 아깝지요.
그렇다고 천원이었다면 덜 속상했을까요?
아니쟎아요.
그런 일이 흔히들 있다고 조심하라고 한 마디했을 때 두말하면 잔소리 될 것 같은 반응에 말을 아꼈던 내 자신이 도대체 뭘 믿고 그랬나 한심스럽고 애들은 언제나 잔소리를 듣고 자라건만 게을렀다는 것에 자책이 더 커지던데...
지갑을 분실한 일은 딸 아이가 무사히 돌아올 때 까지 안전에 대한 불신의 증거였답니다.
제가 가장 유감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부모에게 사정을 알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는 노력을 게을리 한 점.
혼나는게 두려웠던지..문제를 바로 보지 않고 회피한 점.
그리고 똑같이 무능력한 친구들에게 폐를 끼친 점.
욕심껏 욕심을 채운 점.
게다가 자금 마련의 방법이 옳지 않았던 점.
아이는 돌아와..자기 문제를 돈을 잃어버린 사건으로만 알고 잃은 돈이 아까워 혼날꺼란 생각을 하는 듯 합니다.
지금 감정으로 내치지 않으려고 건강히 돌아 온 부분만 언급을 하고 나머진 말을 아끼고 있는데...
인생 수업료를 어떻게 지불하게 해야 할지...모르겠네요.
작은 넘은 이미 지 누나에게 전화를 하고 끊었을 때 부터 이야기를 엿듣고 초긴장 상태로 무엇이 잘못돼었는지 알구...바들바들 떨구 있는데...
작은 넘은 눈치가 너무나 빨라...지 누나가 혼나는 듯 하면 입술부터 허얘지면서 떱니다.
그래서 크게 야단도 못쳐요.
장난스럽게..농담하듯이..니돈이 다 니꺼인 줄 알어???
너 장가 가지 전까지 엄마꺼야...나중에 장가가고 나면 니 마누라꺼야.
누나가 아무리 꾐을 해도 장가가기 전까지 엄마한테 미루고 장가가고 나면 마누라 한테 물어봤어야지~!!!!!!!!
너두 인생 수업료 낸거다~~~~~누나한테 달라고 하지말어??????
큰 넘은 어찌 혼내나......................................................
남편은 직장으루 도망을 가버리구..이제 제 몫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