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시댁식구들에게 잘 돌아가셨는지 전화 안부를 끝으로 새해 큰 일 하나를 끝냈습니다.
기분 좋게 전화를 끝내고 나니 피로감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음력으로 11월 26일은 시아버지 생신이라서 항상 신정과 구정은 시집에서 일하느라 바쁜 둘째 며느리랍니다.
이번은 생신 핑계삼아 우리집에서 신정을 보냈는데...
식구들이 더러 빠졌지만 시어른과 남편의 5남매 식솔이니 부담이었고 아버님이 우리집에 오시니 그 때문에 오실 손님까지...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부담이 만만챦았습니다.
모시고 사는 며느리 아닌 거..다행이지~ 하면서 하루만 죽자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힘들고 피곤해서 남편에게만은 표정관리가 안됩디다요.
사실은 손님을 맞이하려면 전후의 일들이 더 많아서 준비하면서 생병이 나곤 했었지요.
잘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도 그렇고 안하던 일들을 하려니 실수투성이로 몸이 고생하고 마음도 지치고 그랬는데...
이번엔 힘들지 않을 만큼씩 찬찬히 조금씩 준비를 하면서 신경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았지요.
세월이 쌓이다 보니 그런 요령은 생긴 봅니다.
그런데..남편은 아니었나 봅니다.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걸 보는게 마음에 부담이었고 또 아버님이 오신다 만다..하도 말씀으로 신경을 쓰게 하셔서 추진하는 내내 힘들었나 봅니다.
생병이 났지요...볼거리.
한창 남편 일손이 필요한데...
아픈 남편이 미웠고,또 부모님 계시면 바로 재롱잔치하듯이 아들 노릇에만 충실한 모습이 보기 싫어서 내 마음이 지옥같았습니다.
참을까 말까...잠깐 고민타가 싫은 내색 팍팍 했습니다.
참는다고 부족한 내 능력이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밥상이 차려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형님 내외는 항상 제 일을 거들어 주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아니..언제 어디서나 어른 대접만 받으려고 폼 재지 않고 솔선수범하시는 양반들이라 제가 돕는다고 해야 맞는 말 같습니다.
우리집에 손님자격으로 오셨지만 혼자 절절 매구 있으니 또 손발 걷어 부치며 남편을 대신하여 일을 도와주셔서 밥상을 근사하게 차려냈지요.
우리 큰애도 자기손님 때문에(왕래를 않던 사촌 친구가 와서) 못도와줘서 미안타고 하는데...
남편은 오로지 부모님 앞에 재롱에 목숨을 걸고 있는 미운 모습을 보여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같이 살긴 힘들겠구나...정말 안 될 일이구나..싶더라구요.
이번 모임은 꼼짝 안하시려는 아버님을 집 밖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가 컸는데...
두 아들 붙어 앉아 치닥꺼리를 하는 것을 보니 효자노릇 잘하는 것이 보이는게 아니라 저리 붙어 앉아 세수 물수건까지 갖다 바치는 모습을 보니 답답해 미치겠더라구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빼앗아 거드는 것을 효도라고 생각하는 이들과의 동거가 갑자기 갑갑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내게 닥친 밥상차리기의 노동량이 버겁게 느껴찌구요,부당하게 까지 억울한 느낌이 강하게 밀어닥쳤습니다.
조카들 잠자리 봐주고 먹을꺼 해주고...이런 일들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항상 있는 일 아니고 드물게 있는 일이며 그럴 시간도 얼마 없는게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부모님 치닥꺼리는 앞으로 닥칠 일들이라서 당장 밥상 차리는 일도 거들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별 도움도 안되는 일에 에너지와 신경을 쏟는 남편을 보니 참으로 미래가 두렵더군요.
그래서 당장 거들지 않는 남편의 무심함에 무척 화가 났었습니다.
아픈 것도 둘째고...
제가 판단이 빠른것인지...인내심이 부족했던지간에...
그 자리에서 꾹 참았다가는 아무도 모르는 고통의 삶을 살게 될까봐 참는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더라구요.
하하 신경질 마구 부렸지요.
신경은 온통 내게 와있으면서 돕지 않는 남편을 향해 마구 신경질 부려놨지요.
남편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내 부족한 능력의 한계를 드너내 놓지 않음 영원히 입다물고 살아야 할 거 같은 두려움에...
부모님이 계시면 오로지 어린 아들로만 노릇을 하려는 남편의 무의식을 쫓아내고 싶습니다.
가장의 자리가 그대로이고 아내를 도와 일상을 꾸리지 않음 하루도 편히 지날 수 없는 현실이 그대로 있다는 것을 각인 시키고 싶습니다.
성숙한 어른으로 책임감을 동등하게 나누며 미루지 않도록 이해시키고 싶습니다.
다른이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마음을 모아 우리 일상의 노동을 해내며 살고 싶거든요.
부모님에 대한 부분까지...
그리고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까지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구요.
식구들이 돌아가자...
후환이 두려운지...다시 내 남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네요...왜 툴툴거리면서 체면을 깎냐구요...참지...
참나..참았으면 알까?
체면 좀 깎이면 어때서?
체면이 밥먹여 주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