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중에 하기 싫은 거 하나 대라면 밥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먹는 일... 나 스스로도 먹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고 귀챦아 하니 나에게서 먹을 것을 얻어먹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드러내놓고 말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 과일이 있어두,반찬을 가끔 만들어 놓고두 잊어버리고 보이는 것만 간신히 또는 뚝딱 배불리 먹고는 잘~~~~먹었다고 생각을 혼자 하곤 한다.
그런 내가 오늘 갑자기 들이닥친 친구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었다. 아니 있는 밥을 찾아 챙겨 먹이고 싶었다. 애들이 단축수업이라 차만 한 잔 마시고 돌아가야 한다는 걸... 잡아 앉혀서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급하게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원체 부엌에서 뭘 만들어 먹는 일도 귀챦아 하지만 어릴적 심한 편식 탓에 양념 맛을 몰라서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대접하는 일은 내게 너무나 무리한 일이고 습관이 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당히 심한 편이라 일부러 일을 안만드는 소극적인 부분도 있는지라 오늘 점심 껀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나에게나 친구들에게 아닐 수 없었다.
이사 후에 혼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간간히 볶음 밥을 만들어 봤는데... 항상 일인분은 맛있게 되었던 때문에 자신감이 붙었다고나 할까... 김치볶음밥으로 이리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지...가만 생각해 보면 민망한 일이지만... 이 나이 먹도록 해멕이는 일과 원수진 내가 밥을 다 해멕이다니...
사실 요즘 부엌에서 뭔가 뚝딱 만들어 먹는 일이 점점 재미있어져서 우엉도 조려보고 고등어도 대충 조리고..해보니 나에게도 숨은 솜씨가 있더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남들 다 하는 일을 자랑자랑 하고 있답니다.
돼지랑 김치랑 양파랑 올리브유에 볶다가 오이스터쏘스 넣구 간을 해서 찬 밥을 볶았거든요. 지금 생각을 해보니 참기름도 넣구..참깨도 넣그..부추로 파랗게 장식 좀 할껄... 나의 기특함에 덜렁거려서는 뻘건 볶음밥만 덜렁 놓아주었네요.
어제 만든 우엉 조림이랑 고등어 조림도 좀 데워서 내놓을 껄... 김치랑 사마구표 피클이랑 달랑 내놓고 냉동짬뽕국물 데워서 내놓은 걸 맛있게 먹어준 친구가 정말 마음이 너그러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