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때문에 집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글쎄... 어젯밤에 개가 우리랑 눈이 딱 맞았지 뭐에요.
남편이 없는 밤이라 딸래미랑 식탁에 앉아 수다를 하고 있는데... 딸래미랑 개랑 눈이 딱 맞았지 뭡니까...
"엄마 개다~~~~!" "이쁘게 생겼네?????" "산책 나왔다가 우리 집 불빛 보구 잠시 들렀나보다..." 그러구 바삐 잘 준비를 하는데... 아시다시피 우리는 주택에 살기 때문에 경비 회사에 방범시스템을 갖춰서 밤이면 우리도 집안에 갖히거든요.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주인을 찾아주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룻밤 재워줄 생각으로 현관까지만 허락을 하려고(예방접종 여부를 모르니까) 들여놨는데 집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현관물을 긁어대니 집 안에 텃개(텃새라니고) 마구 짓죠...그러니 그넘도 따라 짖고... 동네가 시끄러워지겠다 싶어서 다시 나가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구집 안에 불을 다끄면 어딘가 가겠지 희망을 하며 방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삐~~~~~~~~~~~~~~~~~~~~~~~~~~ 경보가 울렸습니다. 우리야 원인을 알겠고...그래서 겁없이 방범망을 해제하고 어쩌나 망설이는 사이 경비회사에서 전화가 와 사정을 알렸지요.
얼마나 고마운지... 집에 와서 확인해 보고 개를 어찌해 보겠다며 오셨지만 난폭한 개도 아니고 사람 좋아서 쫒아다니는 개니까 개집에 가둬두고 방범망만 건드리지 않게 조치를 취해주고 가서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개가 추울까봐 밤새 걱정이 됐습니다. 그걸 꿈으로 꿨는데...아이고...개가 답답하다고 자전거 덮개로 덥어준 비닐을 다 찢어 놓고 탈출하는 꿈을 꿨답니다.
새벽같이 잠이 깨어 개집을 들여다 보니 잘 잤더구만요.. 밥과 물을 주고 다시 관찰을 해보니 집 나온지 얼마 안된 것 같이 깔끔하고 명령어를 너무나 잘 알아듣는 교양있는 개였습니다.
대신 물과 밥은 경계를 잔득 하고는 먹지 않고 연못의 더러운 물과 도둑 고양이에게 던져 줬던 말라 비틀어진 고등어 꼬리를 먹고 있더라구요.
딸래미랑 아마도 저눔은 지가 고양이인줄 아나봐...그런 농담을 하면서 새벽같이 학교에 가는 딸래미를 따라서 나가길 바랬습니다. 얼마나 똑똑한지...딸래미를 쫄랑쫄랑 다라가는 듯 하더니 집이 멀어지니까 딸래미를 따라가지 않고 집을 한 번 돌아보고는 그 자리에 앉아 마치 오랜 주인을 배웅하는 양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 들어오는 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식구같았습니다. 집 근처에 잔뜩 영역 표시를 하면서..말이죠.
식구들이 나갈 때 마다 인사하고... 마치 오래된 식구 같이 굽니다.
그리 살던 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짖고 집 지키는 흉내도 내더니만 여전히 주는 밥도 물도 안먹고 처음 그자리에 돌아와 눈이 마주치기만을 기다리는 폼으로 누워있네요. 식당 앞 데크에 팔자 좋게 드러누워 간절히 눈이 마주치기만을 기다리는 폼으로...
) 마구 짓죠...그러니 그넘도 따라 짖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