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오래된 모자가 있다. 원래는 바로 밑 여동생이 옷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인데... 작은 아이가 우리 나이로 13세이니 그 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든 모자인 셈이다.
대전에 터를 잡기 시작한 시간도 그만큼이고 남편의 공부를 끝내고 들어와 잠시 친정에 머물 때 동생의 옷과 물건들로 신세를 져야 했을 때(짐이 오지않아서) 얻어서는 줄곧 나와 분신처럼 사계절을 살았다고나 할까...
처음엔 너무나 짙고 사치스런 검정 색의 깔끔한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햇빛에 바랄데로 바라고 낡디 낡은 넝마에 가까운 모자지만 난 이모자를 언제나 쓰고 다닌다.
처음엔 모자 쓴 모습이 흔할 때가 아니라서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나올 때라 남의 눈길도 많이 끌었고 동네에 쓰고 나가면 구경꺼리였지만 그리 오랫동안 써왔던 때문인지 유행이 그런 것인지...하나 둘씩 쓰더니만 동네에 모자점까지 생기더란 말이지.
내가 모자를 애용하니까 모자에 욕심이 있는가 싶어서 더러는 모자를 선물로 주기도 하지만 잠깐 성의를 봐서 써보기만 할 뿐 내 마음에 편하고 좋은 것은 오래된 모자 뿐이다.
이젠 세탁을 해도 땀얼룩이 지워지지 않아 그것 자체가 하나의 그림이 되어 깔끔하고 화려했던 옛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내 머리에 있던가 아님 가방 한쪽 구석에 고이 접어 있던가 집을 나서는 순간엔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나의 분신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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