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퇴근하고 돌아 온 후 마당에 나가 가위가 어딨냐고 묻는다.
맨날 있는 자리에 있지...
내가 항상 두는 곳은 정해져 있는데...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서 그런 일에 짜증을 안내려고 참았던게 터져나오려는지...
내가 말하고도 말이 곱진 않았지.
남편이 하는 짓을 안보는게 싸움을 피하는 방법이란 것을 일찌기 터득한 나는 외면하고 딴 일을 하므로 큰소리는 항상 비껴간다.
하지만...
내 맘 속엔 이미 남편에게 짜증나 있고 못마땅해있으므로 그 외의 다른 좋은 마음을 꺼내 놓기가 쉽지않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갱년기인가?의심도 해보고 생리 근처는 아니기에 그럴리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의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무진장 애쓴다.
갑자기 그런 노력이 우습고 가치없게 느껴질 때면 답답증이 밀려온다.
그런 노력이 두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터트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터진 곳이 가위.
혹시나 싶어 가위가 항상 있는 곳에 찾아보니 고무장갑 아래 숨어있구만 눈에 뵈는대로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찾아대고 사람을 귀챦게 하는 죄가 괴씸해서 짜증을 부리니 그걸 바로 받아친다.
왜 요즘 짜증스럽게 말을 하냐구...
좋게 말해주면 좋을껄...하면서 화를 내듯이 말하는거다.
내가 요즘 짜증이 좀 난 것은 알았나보네?
하지만 그 경계가 너무나 미묘하고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 같고 가벼워서 꼬집어 짜증을 내거나 화내기 싫어서 참아내고 있자니 내 속엔 무진장 짜증스러웠던 것인데...
뭐시라...
내가 짜증이 나있는 것을 알고도 알려고 안했다는 말?
오호라...내가 별 문제 안삼으면 그냥 좋은게 좋은거로 문제를 느끼지 않고 살려고 했단 말이지...
내가 못참는 부분이 그런 번지수다.
작은 넘을 먼저 저녁을 멕이고 둘이 밥상을 앞에 놓고 입으론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으면서 내 짜증을 풀어냈다.
같이 밥 먹는 밥상 아니면 듣기 싫은 내색에 휭하니 말없이 나가버리테니...
너 나한테 딱걸렸어.
하구서 속사포처럼 그러나 목소리를 내리 깔고서 내 이야기를 한다.
난 짜증내면 안돼?
항상 있는 곳에 있는 것도 못찾고 또 그걸 꼭 물어서 대답해주엇는데도 찾을 생각없이 눈에 뵈는 것만으로 없다고 다른 가위 또 찾아내라하면 짜증이 나는 일인데 별일 아니니 그런건 참아야 된다고?
좋게 말해줘야 하고?
그래 그러면 좋겠지...
그런데 내가 짜증스럽게 당신이 원하는 친절하지 않은 대답을 했다고 치자.
내가 그리 가볍게 짜증스러운 것을 내색하는 여자였던가?
그게 궁금해야 하는거 아냐?
난 왜 짜증스러운 일에 짜증내고 신경질을 부리면 안되는데?
왜 그런 법칙이 생겨난거지?
난 항상 짜증스러워도 당신에겐 친절하게 말을 해줘야 한다는...
그럼 당신은 문제삼지 않고 살겠다?
아무것도?
내가 얼마나 짜증스러운가도 당신에게는 중요한 일이고 왜 짜증이 나는 일인지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뭐 때문에 참아야 하구 견뎌야 하지?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얻는데?
그러느라..매사 당신을 견디는 느낌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그래서 난 행복하지 않다면 당신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짜증 그래도 참아야 하는거야?
난 당신 마누라이기 때문에 짜증을 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 원인이 당신에게 있든 아니든 또 내 인내심이 부족해서이든 예민해서이든 혹은 늙어가는 까닭이든...
난 당신 마누라니까 짜증스러울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