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었던 것은 처마로 부터 떯어지는 물소리 때문이었는데 눈이 집의 온기에 녹아내리는 물소리였다.
혼자 깨어 여명 속에서 설국을 감상하기 위해 창문블라인드를 열어 놓고 보일러를 따뜻하게 올려놓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꿈을 꿨다.
디카로 멋진 설경을 찍겠다고 집 밖을 나섰다가 하늘에 별무리를 따라 걷다가 길을 잃어 집을 못찾는 꿈...
그 꿈에서 깨어 여전히 내렸던 눈이 아직도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어 온통 눈이 수북히 쌓였다.
며칠 전 동네 철물점에서 미처 팔리지 않은 눈삽을 보고 저거 팔릴까?궁금했었는데 누군가 사갔으리라...
우리집 마당엔 눈이 치울수도 없을 만큼 쌓여서 대문을 움직이지 못해 아예 열어두었다.
비가 들이치지 못하도록 뒷 테라스엔 까페의 차양을 달았는데 간간히 털어내지 않음 찢어질 만큼 무겁고 무섭게 눈이 오고있는데...아직은 설국의 낭만처럼 보이고 느껴지지만 슬슬 밤을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밀려든다.
아파트에 살 땐 오가는 차들 걱정만 했었는데 지금은 지붕 내려앉을까부터 전화선 티비(이미 안나오고 있다) 개스 등등 걱정이 슬슬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다.
하늘은 좀처럼 뚫릴 것 같지 않은 모양새이고...
바람까지 거세지는지 눈이 위에서 떯어지다가 사선으로 오기 시작하네...
오늘 남편은 사무실까지 10분이 안되는 거리를 3시간 넘어 걸려서 갔구요,곧 걸어서 퇴근해 오겠답니다.
딸래미는 정보처리기사인가 뭔가 하는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갔는데,제가 태워다 주려다 길에다 차를 버리고 애만 오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택시가 많은 곳에서 무조건 내려서 시험장 가까이 가보기라도 하라고 하고 보냈는데,시험 10분 전에 도착했다는 메세지를 받았답니다.
국가 고시는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치뤄지니까요...
30분이면 가는 시험장에 딸래미 역시 3시간 걸려서 갔네요.
오늘 경험으로 세상에 무서울게 없는 희열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눈 속에 딸래미를 내보내며 잘 갈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수능보는 날이라면 하고 가정하고 가봐라...했던 것인데 우리 딸 부쩍 컸음을 실감하는 감동스런 날입니다.
100년만에 만나는 즐거운 상봉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