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지막으로 에어컨을 옮기느라 예전 집에 갔다가 이삿짐에서 버려졌던 내 화분들의 잔해더미를 발견했다.
그땐 여러가지 시간 약속으로 마음이 바빠서 자세히 들여다 보지를 못하고 오늘 시간을 내어 잔해더미를 청소하러 갔었다.
살던 집이 일층이라 살 때야 내 마당처럼 썼다지만 이사 나오는 마당에 쓰레기 더미만 남긴 것 같아서 정리를 하러 갔다가 노다지를 발견한 것이다.
빈 회분에 지난 겨울 튤립을 심어 놓았던 것으로 이사짐에 싣고 왔는 줄 알았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흙만 있다고 버렸었는지 튤립 다섯뿌리가 잔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려 하고 있었다.
이사하고 비오고 따뜻해서 그 사이 발아를 했는지...
알뿌리 껍질의 질긴 막을 뚫고 싹이 나고 있었다.
어지럽게 널린 빈 화분을 버리고 흙을 다듬어 주고 죽었다고 여겼던 화분의 흙에서 혹시라도 새 싹이 날까 싶어 옹기 종기 모아서 동산을 만들어 놓고 주변을 살펴보니 제법 많은 야생초들이 눈에 띄었었다.
아마도 땅속은 지금 식물들이 자리잡기 위해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나보다.
얼었던 땅이 부푸는 것은 수분이 빠져나가서 이기도 하겠지만 식물들이 자라 움직이느라 갈라지고 움트고 그러는 것 아닌가 싶다.
튤립 다섯 뿌리에 힘든 노동도 즐거운 일이 되었고 부자가 된 기분.
심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