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딜가나 조용한 반면 다소 눈에 띄고 독특해 보이는지...
입을 열어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직업이야기를 하면 어쩐지..라는 말과 함께 간호장교가 어울린다든가 하는 호기심어린 질문을 받곤 한다.
사실 6년 병원에 근무하면서 난 군인답지도 않았고 너무나 자유분방해서 나를 붙들어 매놓지 못해 동료나 선배들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택한 한심하고 불쌍한 눈길이었다면...
그저 내 책임감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 하루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을 뿐 국가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 등등의 거창한 뜻과 마음이 없었다.
그저 월급쟁이에 소박한 꿈을 이루려는 젊은 처녀였을 뿐...
평판을 무서워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빈틈없어야 했던 시절일 뿐...
그런 소위 시절에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병원 약국에서 마지막 남은 몇달의 국방 의무 기간을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약국중위와 어리버리 간호장교소위.
우린 그렇게 며칠 있으면 20년을 만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