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가 된 시어머니
동물가족 우리집 이야기 2004/01/26 10:27   http://blog.azoomma.com/shahn8079/114090

사고가 나기 전 시엄머니는 총기가 남다르고 바지런하기 또한 남달라서 어깨넘어 눈치로 시엄니 일하시는 흉내를 내려 했던 나에겐 상당히 벅찬 양반이었다.

그리 알아서 기어도 도무지 당사자 앞에선 고맙다는 인사나 잘 한다는 칭찬보다는 뭔가 꼭 한마디씩으로 가슴을 상처주곤하는 재주가 비상한 보통의 시어머니였었다.

3년 전 여름 동네어귀에 마실 나가셨다가 아이들 자전거를 피하시다 콘크리트에 넘어지면서 머릴 부딛혀 그날로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의식없이 한달여를 꼬박 입원하시고 수술없이 약물과 안정의 집중치료로 머리 속의  출혈을 수술없이 안정시키고 그 후유증으로 전두동에 남은 출혈의 흔적이 아기같은 성격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환자들의 예를 보면서 성격의 변화에 상당히 걱정했었던 것이 대개는 그 후유증으로 욕쟁이가 되던가 점쟎았던 양반이 포악해 진다던가 성적으로 밝히는 못말리는 집착을 보인다던가 괴로운 경우를 많이 병원에서 봐와서 상당히 우려했던 부분인데 우리 어머님은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될 즈음엔 확실하게 다시 태어난 아기같은 보드라운 심성으로 변해있었다.

다치기 전 우리 어머닌 냉장고에 김치단지를 두지 않고 야외의 시원한 그늘을 찾아 하루 종일 단지 이동을 할 만큼 일을 만들어 하시길 좋아하셨고 집 안과 밖을 오락가락 하시며 방을 닦다가 단지를 닦다가 암튼 번쩍거리시며 일을 찾아 다니셔서 시엄니를 자칫 따라하던가 흉내낸다면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아구아구 소리 날 만큼 몸이 재고 일 욕심이 많은 분이셨다.

성격적으로도 잔 걱정이 많고 걱정꺼릴 만들어 사서하는 편이라 늘 얼굴이 수심이 많았는데 날이 갈수록 주름이 없어지고 아기같은 표정이 살아나서 마냥 즐겁고 행복한 아기가 되셨다.
이젠 잔소리와 걱정이 없어지니 좋은 말씀을 더 많이 하시고 나에 대한 속마음이 원래 그랬는지 내가 하는 뭐든지 좋아보인다는 표현을 하시곤 해서 깜짝 깜짝 놀란다.

예전엔 뭐든 트집이셨고 값을 따리려 하시며 칭찬이 인색했던 분이었는데 의식없이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나와 남편은 알아보고 이름도 정확히 기억을 해내어서 속깊은 정을 숨겨두셨었다는 생각이 차츰 느껴지곤 했다.


그러던 양반이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고 잔소리 피해 도망다니는 아이 처럼 아버님의 눈을 피하고 모든 일을 손에서 놔버리시니 요즈음 어머닐 생각하면 안스런 마음이 드는게 아니라 어머니 생전에 가장 행복한 시절을 살아내시고 있는 시간들이 아닌가 싶다.


효자 자식 어느 누구도 맘 편하게 만들어 준 시간이 없었는데 사고로 아기가 된 시어머니 스스로 선물처럼 그런 시간들이 온 것이다.

그 덕에 어쩌다 가는 시집은 파출부 아주머니가 가끔 오시지만 내 손길이 아니면 구석구석 먼지가 날라다녀서 불평 할 시간 조차 아까워 일을 해치우고 오곤한다.

어머니가 건강했던 시절의 긴장감을 갖지 않고 아기처럼 살아가시니 아버님이 그 노릇을 하시는데 그 일이 힘에 부쳐 가끔 회피하고 투정하시고 성을 내시는데 충분히 그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자식의 인생과 무관한 당신 자신의 인생의 고통을 정면으로 돌파하려않는 비겁함을 보여서 내 새끼도 시련을 견디는 능력을 키우려면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듯이 부모님의 일상의 어려움을 지켜보며 꼭 필요할 때 지렛대가 되어 일상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거리를 지키고 싶다.

우리 어머닌 아기가 되어 평생에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스스로 찾아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