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못버리고 정리하지 못하고 뭐든 끌어앉고 사는 성격이다.
물건마다 추억이 떠올라서 정리하다가 도로 줏어 담곤 하는 버릇도 한몫을 해서 내 살림은 늘어만 간다.
내 쓰레기같은 보물 꾸러미엔 고등학교 명찰도 들어있고 훨씬 전 친구들로부터의 이쁜 편지나 쪽지까지 나오니 나도 참 어지간 하다.
그걸 챙겨준 울 친정 엄니도 참...
가끔은 친정엄니의 옷장을 뒤져 추억이 남은 옷들을 수집해 오기도 한다.
아마도 엄니도 사연이 있고 추억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있는 옷꾸러미를 내가 정리해 오면서 가끔은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에 친정엄니의 옷장을 정리하면서 가져온 옷은 내가 5살 때 쯤 엄마랑 같은 감으로 코트를 만들어 입었던 그 코트이다.
그러니까 2년 모자란 40년된 옷...
엄마의 옷장에서 10년 쯤 되었을 때에는 유행이 지나 못입으셨고 또 10년이 지나선 몸이 불어서 못 입으시고 또 10년이 지나선 입을 생각을 못하고 아끼기만 하였던 것이다.
세월이 더 지나면서는 젊은 시절에 대한 행수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옷장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인데 딸 셋 중에 엄마보다 작은 유일한 딸인 내가 그 옷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요즘 그걸 즐겨입는다.
품이 넉넉하고 단순한 디자인이 멋스럽기도 하지만 몸이 편해서 멋을 잔뜩 부린 요즘 옷보다 손이 먼저 가기도 하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좋아서 그 코트를 즐기게 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