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태백산 가다.
해아름다운 2005/09/26 10:02   http://blog.azoomma.com/seesky/205747

유일사 코스로 올라가서 당골 코스로 내려오다.

 

태백산.

太白山

민족의 영산이라는데 얼마나 멋진 산일꼬~

 

내 일찌기

한라부터

지리,

대둔,

점봉,

오대,

북한,

도봉,

수락,

월악,

삼악,

운악,

치악

설악,

소백,

등등...가고픈 산 다 올랐고,

꼭 올라 보고픈데 멀리서 바라만 본 산은

주왕과 월악이라.

 

가고픈데 못가본 산은..많아요.

금강.. 백두.. 구월.. 히말라야.(티벳으로)..킬리만자로...

 

결혼해 아이 둘 낳고 살림에 파묻혀 살면서,

몸은 불어나 체력은 떨어졌고 다리는 무뎌졌으나

마음만은 산으로 향하길 이제 15년.

 

절대로 운동이 취미인 남편.

하지만 하는 운동 아닌 보는 운동 이를테면..프로야구.프로농구,,

 

그 조용하고 얌전?하던 남편이

이젠 산에서 내려오면서

'산, 언제 또가나...'하는

산꾼이 되어버렸네.

 

23일에도 회사 관계자들과 오전에 회의하고,

오후엔 북한산 등반하고

집에 와서 샤워만하고 출발했다.

 

금욜 밤 11시기차.

청량리에서 출발.

장난하고 수다떨고 책읽으며,

잠이 와서 쿨쿨 자다 깨니,

아덜넘과 남편은 책 속 여행 중.

<신의 유의태>상 하 권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에 빠진 사람들.

나도 좀 읽어보자.

 

가다가 잠결에 들리는 기차 내 방송.

사북역,

고한역,

기차에서 내리는 손님,안녕히 가십시요!

 

드디에 태백역.새벽 3시 50분.

배낭 맨 한 무리의 아저씨,아줌마들.

운동 선수들인 듯한 또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

다들 제갈길로 가고,

우리는 기차 대합실에서 두시간을 뒹굴뒹굴.

 

태백산 가는 첫 버스 6시 25분.

6시 되어서 배낭 챙겨 매고 터벅터벅 걸어 역사를 빠져 나오니

하늘엔 환한 빛이 가득하다.여명...

싸늘한 공기 아니 가슴을 적셔주는 무척 시원한 공기.

눈 앞에 펼쳐지는 산의 모습들.

 

버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본다.

푸른 산,산들이다.

 

버스가 서고 우르르 내리는 분위기...다왔네..

6시 45분 정도.

현재 기온 11도.

오우와~~

그래서 추웠구나.

"서울 초겨울 기온이네...엄마"

아덜넘 얘기소리.

 

6시 50분.걷기 시작.

앗..필름 하나 사야지~이.

필름 채우고 갇기 시작.

손이 시렵네..

장갑을 하나씩 살 걸 그랬네.

 

--예전에,결혼 전에 산에 다닐 땐 완벽한 준비,,완벽한 배낭을추구했는데...

여벌 손수건..빨간 페이즐리무늬.ㅎㅎ 여벌 양말은 필수요

여벌 옷..바람막이비옷 위아래 한 벌로(샛노랑.ㅎㅎ)..

꼭 오리털침낭..빨간수통..그리고 니카바지..철따라 털모자..챙모자..빵모자등등...

 

이젠 산이 얼마나 추울지..더울지 뭔 꽃이 피었을지 다 잊어버린 바람에

장갑 챙길 생각은 하도 못했네.

언젠가 단풍 든 한라산에서 손이 시려워 밥을 못먹었던 기억도 새로이 나는데--

 

하여간 계속해서 오르막길인 이 길.

유일사 쉼터 나오면 좀 쉬자....

 

근데 걷다 보니 갑지기 배들이 고파져..

길 한 가운데 주저 앉아서 간식으로 싸온 빵 한 개씩 먹자.

(우리쌀 식빵 두 개 사이에 사과 얇게 썬 것.

달걀 삶은 거 한개.앙팡 어린이 치즈 한 장 들어간 것.)

와구와구 먹고 다시 출발.

이른 새벽산행이라 사람이 없어.

 

쉼터라는 곳 도착하니 쉼터가 아니고 그냥 벤치 세 개 놓여져 있는 곳.

쓰레기 치우기 위한 케이블카?가 있고...

 

지금까지는 산간도로처럼 길이 나있어 산인지 그냥 길인지 분간이 안되었는데,

여기 쉼터서부터 등산하는 맛이 나네.

 

살아 천 년,죽어 천 년을 간다는 주목. 朱木

잘생긴 모습으로 곳곳에 서서 우리 가족을 반겨 준다.

 

벌써 내려오시는 분들.

야간산행해서 해돋이를 보셨다는 어른 세 분.

우와...부지런도 하시네.

 

남편; "우리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출발 했으면...해돋이 볼 수 있었겠다...

             다음에 그렇게 한 번 해볼까?"

마누라; "아유..아직 무리야!"

남편 ;  "....그런가?"

~~~~~~~~~~~~~~~~~~~~~~~~~~~~~~~~~~~~

  남편 ;   "다음 달엔 소백산 가자..  기차 타고 오니까 좋네..."

  마누라 ;  "....."

  남편;  "야간산행으로 할까?"

 마누라 ; "안된다니까~"

 

키 175 아빠와 키 170 딸래미.

늘씬한 그들 둘이서 걷는 모습 뒤에서 보니 봐줄만 하네.

딸래미는 흐느적 거려 산에 오르다 퍼질까 걱정했는데,

나보다 더 잘 걷네.

역시 젊음이 좋은 것이여.ㅎㅎ

 

6학년 아덜래미..

나랑 나란히 걷고 엄마 챙기고 장난하고 얘기 나누고

벌인지 뭣인지 쫒아다니고...

 

계속해서 차는 안개.

엄마 ;"산사람들은 '개스'라고 하더라~"

아덜 ;"영어 개스?"

엄마 ;"어.그러겠지"

아덜 ; "왜에~"

엄마 ; " 산에선 안개가 제일 위험해서 그런가봐...안개라고 안하고 개스라고 하는데..

             앞이 안보여 길 잃기 쉬워서 그렇대."

 

 

걷고 걷다보니 어린 주목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바람막이 울타리들.

그 바람막이가 쓰러져 오히려 어린 주목들 고통당하고 있네..에구...

 

어느새 정상.

천제단 합장 한 번하고 초코렛 쬐끔씩 나눠 먹고,지나가는 아저씨한테도 인심 쓰고,

또 걸으니 천제단 또 나와..

일찌감치 와서 기도하시는 어떤 분들.

 

한배검.

이라고 쓰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 중.

 

와아~

햇살 아래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산아래 광경.

빠르게 날아가는 바람과 함께 일시에 걷혀버리는 안개,,,,,

드러나는 백두대간의 속살들.

진짜 멋지네.

 

우리 사진 한 장 찍어야지...

필름을 넣고...엥?

근데 필름이; 안돌아가네?

뭐야뭐야뭐야???

헉......밧데리가 없잖아~~~

 

이 풍광을 모두 가슴 속에다 담으셔~

 

네식구 중 세 개의 핸폰...누구의 것도 카메라폰이 아닌 관계로....

우리는 마음 속에 풍광을 담았다.

 

하산길.

갑자기 나타난 조그만 비각.

단종비각.

단종의 죽음을 슬퍼하던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말해주는 증거물.

산 사람이 백마타고 가는 죽은 단종을  본 곳.

세월 무상 권력 무상..

  

망경사 望景寺   공사 중.

그 옆..매점에서 아이들..사발면 하나 씩 먹고.

남편.나는 빵 남은것 반쪽 씩 먹고,

나무 판대기 의자에 앉아 눈 시원함을 즐기고~

 

하산하산..

그 때서야 올라가는 사람들 사람들...

 

내려오다 보니....당골...소도.....

이 옛 적 말이 그대로 지명으로 쓰이고 있네.

 

단군사당도 있고...

우리나라를 열어젖힌 단군시조..동상도 있고...

종교가 되네 안되네....신문에 나던 여러가지 기사도 생각이 나네.

 

 

다 내려 오니 태백 석탄 박물관.

당연히 봐야하는데 아이들 모두 합창을 한다..절대로 안간다고.

남편과 나..

달래고 어르다가 걍 포기.

그래 그냥 가자.

 

태백산,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못.

동해로 흘러가는 무슨 강....(생각이 안남)

이 곳에서 민족을 먹여살리는 젖줄이 발원을 하니

한 번은 가봐야 할 민족의 고향이라고 해야할까...

 

오후 내내  담은 날까지 잠자고 뒹군 곳은 태백고원 휴양림..

그 이야기는 담에 쓰자..힘드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