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호박...
뮤직,시가있는 방 2003/12/12 11:50   http://blog.azoomma.com/sang1213/109132
장인과 호박

 

 

 

 

 나는 아내와  나이 차이가 커서 장인어른 보다 겨우 스무 살 아래다.

 

사위를 친구 대하듯 좋아하시는 장인어른과 대청마루에 앉아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면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 이 집은 동서간에 참 의가 좋구먼...."하고 농담을 건네셨다.

 

 가을이면 처갓집 구석방에는 누런 호박이 가득했다.  장모님은 철마다 호박을 안겨

 

주셨지만 정작 내 아내는 호박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아내는 호박을 건드리는 것이 자기

 

일족을 해치는 일이라며 핑계를 댄다.  내가 늘 아내를 '호박'이라며 놀리기 때문이다.

 

 언젠가 처가에 갔다 오는 길에 막차를 탔는데 장인장모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급히

 

따라오시더니 탐스러운 호박 한 개를 버스 창문으로  올려 주셨다. 그 때 내가 

 

 "장인어른 ,호박 가져 가는데 왜 또 주십니까?" 하자 장인어른은 영문을 모르고 눈을

 

껌뻑 껌뻑하셨다. 그리고는 장모님께  "언제 호박 챙겨 보냈어?" 하고 물으셨다.

 

 장모님은 내가 말한 호박이 아내라는 걸 눈치채고 , " 이 사람아 그 호박하고는 맛이

 

다르네!"  하셔서 배를 잡고 웃었다.

 

이듬해 봄 ,농사를 도우려고 갔을때는 장인어른 께서 호박잎을 따다가 "이 건 쪄 먹으면

 

맛있지" 하고 봉지에 담아 주셨다.  그 때 내가 또 " 호박을 그리 주셨으면 됐지 이번엔

 

호박잎까지 주시렵니까?"  라고 말해 들판에서 담 흘리던 처가 식구들 모두 즐겁게 웃었

 

다.

 

 가슴이 따스하고 호탕하시던 장인어른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도 장인어른 산소 곁에는 호박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저 하늘 위에서도 장인어른

 

은 여전히 딸과 사위에게 호박을 챙겨 보내고 싶으신 것일까?

 

 

 

                좋은 생각------예병훈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