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호박
나는 아내와 나이 차이가 커서 장인어른 보다 겨우 스무 살 아래다.
사위를 친구 대하듯 좋아하시는 장인어른과 대청마루에 앉아 막걸리 잔을 주고 받으면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 이 집은 동서간에 참 의가 좋구먼...."하고 농담을 건네셨다.
가을이면 처갓집 구석방에는 누런 호박이 가득했다. 장모님은 철마다 호박을 안겨
주셨지만 정작 내 아내는 호박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아내는 호박을 건드리는 것이 자기
일족을 해치는 일이라며 핑계를 댄다. 내가 늘 아내를 '호박'이라며 놀리기 때문이다.
언젠가 처가에 갔다 오는 길에 막차를 탔는데 장인장모께서 오토바이를 타고 급히
따라오시더니 탐스러운 호박 한 개를 버스 창문으로 올려 주셨다. 그 때 내가
"장인어른 ,호박 가져 가는데 왜 또 주십니까?" 하자 장인어른은 영문을 모르고 눈을
껌뻑 껌뻑하셨다. 그리고는 장모님께 "언제 호박 챙겨 보냈어?" 하고 물으셨다.
장모님은 내가 말한 호박이 아내라는 걸 눈치채고 , " 이 사람아 그 호박하고는 맛이
다르네!" 하셔서 배를 잡고 웃었다.
이듬해 봄 ,농사를 도우려고 갔을때는 장인어른 께서 호박잎을 따다가 "이 건 쪄 먹으면
맛있지" 하고 봉지에 담아 주셨다. 그 때 내가 또 " 호박을 그리 주셨으면 됐지 이번엔
호박잎까지 주시렵니까?" 라고 말해 들판에서 담 흘리던 처가 식구들 모두 즐겁게 웃었
다.
가슴이 따스하고 호탕하시던 장인어른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도 장인어른 산소 곁에는 호박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저 하늘 위에서도 장인어른
은 여전히 딸과 사위에게 호박을 챙겨 보내고 싶으신 것일까?
좋은 생각------예병훈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