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아가는 일이
소꿉놀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풀 뜯고 흙 담아 가짜로 만들어도 맛난 밥상
진수성찬 차려지어
냠냠, 짭짭!
먹는 시늉만 해도 배가 부르던 그 무렵,
돈 따위는 몰라도 좋아 종이도 돈이 되었으며,
꼬꼬 닭아 우지마라,
멍멍 개야 짖지 마라, 노래만 불러 주면
가짜엄마등에 업은 베개도 사랑스런 착한 아기가 되고
"어험~"큰 기침하던 그 때,
사는 일 이리 고된지 뉘 알았겠는가,
살면 살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은 버거울 만큼 숙제를 안겨주고,
사람은 사람대로 알게 모르게
서로 사랑을 해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힌다는 것
그 때는 알 리가 없었다.
사랑이 뭔지 도무지 모르면서
지낸 천진한 유년의 날들
언제나 남의 집 담벼락 밑 양지바른 곳 아니면
뒤안 늙은 밤나무 그늘 밑 한뎃집이어도,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행복한 집이 되곤 하였는
나보다 훨씬 더 덩치큰 코흘리개를 끔찍하게 아끼어
앞산이 무너지는지,
뒷산이 주저앉는지,
알콩달콩 깨가 서 말이라 하여도
살 내리고 피 마르는 질투도 나지 않을 것이며
죽을 때까지 안 봐도 아쉬울 것 하나 없고
죽어도 그립지 않을 테지만
제법 의젓했던 코흘리개 내 꼬맹이 친구들도
이젠 알아보지 못할 중년 아줌씨 아저씨가 되버렸고,
나 역시도 이리 나이를 먹어버렸으니
세월 참 무심타,
세월 참 고약타,
살아가는 일이 소꿉놀이 같다면
누구나 다시 한 번 잘 살아보겠지만
삶이란 게 너, 나 없이
돌멩이 하나씩 얹어 탑 높다라니 추켜 쌓으며
사는 일 근심 걱정도 차곡차곡 얹어
세월을 쌓아올리는 일이기에
머리에 인 하늘 일생을 두고 내려놓지 못하듯
삶에 순응하면서도
때때로 가슴 괜히 아릿하게 저려오고,
무심할 일에도 핑글 눈물 돌아 눈가를 적시지만,
나를 온전히 나이들게 하는 것 하나는 분명 있을 터이니
참으로 다행이고 큰 축복이리라.
아픔은 진솔하여 아픔답게,
눈물은 순수하여 눈물답게,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곱고 참신하게,
기쁘고 즐거운 일은 안 좋았던 때를 생각하여 조신하게,
착하고 정직한 마음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하여 가장 사람답게 살면서
나를 가장 온전히 나이게 할 수 있다면
큰 축복이리라.
그런데도 우리 사는 일이
소꿉놀이라면..아니 소꿉놀이 같다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더러더러 뜬금없이 드는 까닭은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이 마냥 그립고,
이젠 내가 순수하지 않다는 서글픔 때문이리라.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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