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방 처음갖던때 | ||
| ||
어린시절 `가정환경조사서`를 작성할때 엄마는 항상 `중산층`에다 표시해 주셨고,
부모님 학벌은 `고졸`로 체크해주셨다. 당연히 그런줄 알고 자랐다.
울아버지는 인쇄소를 하셨기에 신문을봐도 모르는 한자가 없었고, 엄마는 진정한
책벌레셨기에 뭘물어도 모르는것이 없었다.
사실과 조금 다르다는걸 알게된건 결혼후였다. ㅎㅎ [역시 난 무뎌~! ㅡ,.ㅡ;]
적어주신 그대로 나는 우리집이 정말 중산층인줄알고 살았었다.
초교친구네집이라고 가봐야 다 고만고만했고, 친인척이 많아 남의집 갈일이 많았던것도
아니었기에 다들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
부뚜막에 아궁이는 맨날 천으로 막고, 석유곤로 떼가며 연탄갈아가며,
방하나에 여러명이 오글~조글~ 자는것도 여름엔 쪄죽고 겨울엔 벽에 서리 긁으며
자던것들도.
처음 환상이 깬건 중학교에 진학후였다.
동숭동에 사는 친구가 놀러오래서 갔더니 한옥집, 내방이야~ 일로와.
헐헐,...`내방`이란것이 존재하다니, 갑부집 딸로만 보였는데 다른친구에게 그후에
말하니 다들,...자기방이 있었다. ㅜ,.ㅜ
[내나이 32, 제또래중에 연탄펴보고~ 석유곤로 심지갈아보고~ 서리 긁은건
저밖에 없시유~ ㅜ,.ㅜ]
결혼하기 전까지 하여간 나는 그리 자랐다. ㅋㅋㅋ 그래도 울부모에게 불행중
다행이었던건 그런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오겠다하면 `와서 헛소리하면
두거~!`하며 씩씩하게 데려와서 놀았다는것 ㅋㅋㅋ ㅡ,.ㅡ;;; 고딩이후룬 알바땀시
못해찌만, ㅋㅋ
처음 내방을 갖게된건 결혼후였다.
엄밀히 말하면 영감과 나의 `우리방`이지만, 당시 5일당직서고 1일 들어오던
신랑은 그냥 가끔 재워주는,..ㅋㅋㅋ
게다가 내평생 보던것보다 큰 테레비에~ 내평생 갖어본적 없던 전축에~
내평생 갖어본적없던 내옷장겸 화장대에~ 세탁기에~ 가스렌지에~
게다가 싱크대까지 있었다. 당시만해도 나는 싱크대놓고 서서 설겆이하고 사는
여자들은 다~ 갑부집 마누란줄 알았었다 ㅡ,.ㅡ;;;;;;;;
비록 축사개조한 집이라 옆집 파리채,방구소리에 거시기 소리까지 다들리는 --;;;
그런 방하나짜리 집이었지만~ 내생애 처음갖어본 내방은 나에겐 진정한
천국이었다.
어린시절 내내 울어본적이 별로 많진 않지만, 혼자 울고싶던 사춘기시절에조차
숨어서 울곳이라곤 공동 화장실이나 공동 창고가 다였던 나에게 혼자 울건~
미친척 혼자웃건~ 뒹굴건~ 누가 뭐랄사람 없는 내공간은 정말 환상이었다!!!
지금 사는집도 별로 좋은집은 아니지만, 내게는 자랑스런 내집. ㅋㅋㅋ
그때 그 내방을 생각하면 그냥 부엌도 아닌 맨발로 걸어다니는 거실겸 부엌있지~
쪽방같던 그방만한방에 그방보다 큰방하나있지~ 다락도 있지~
게다가 공동 푸세식이 아닌 구더기 안나오는 샤워기씩이나 달린 화장실에~
돈먹어주는 비데기꺼정 있지~
생각해보면 저 술고래 왠수같은 영감덕에 팔자펴고 사는거인디~
그래도 하나 그때와 같은건, 우째~ 넘보기에 사는건 조아진거 같은디~ 먹고살기
거시기헌건~ 예나 지금이나~ 일케 똑같은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