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제법 매섭다. 이제 정말 겨울인가보다..
거리에 뒹구는 낙엽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걸보면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싶다.
노오란 은행잎을 밟으며 괜시리 분위기잡아보고 누군가와 분위기있는 까페에서 차라도 한잔 나누고싶었던 20대가 가고 어느덧 30대의 가을은 빗자루와 씨름해야하는 차디찬 이성만이 남은 영락없는 아줌마..
올가을은 내게 무엇을 남긴건가..결혼하고 처음 맞던 가을 어느날엔 모진 산고끝에 정말 옥두꺼비같은 아들녀석을 낳았고 그다음해엔 내겐 친자매같았던 사촌언니의 부음이 날 슬프게 했었지..그리고 지난 해엔 남산만한 배를 끌어안고 학원강의실을 누비며 책과 씨름하는 계절을 보낸 끝에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딸수있었네..그러고보니 한 계절 보내며 조용히 다음 계절을 맞은 기억이 없군.. 올 해 가을엔 그 어느때보다 스산한 가을이였다.
이쁜 우리딸 돐이 얼마 남지않았는데..손님 모시고 돐잔치도 할수없으니 ..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지 벌써 한달째..아직도 직장을 구하지못하고있다. 눈을 뜨면 반복되는 일상이 요즘은 너무 힘겹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직장을 구해 월급쟁이노릇이라도 할려고하니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장사라도 시작할려고 드니 자본이 없다.
내가 가진 자격증으로 사무실을 하나 얻으려해도 여기저기 문닫는곳 일색이라는 요즘에 이분야에서 생짜인 내가 사무실부터 턱 차리고시작한다는것이 너무 무리일듯 싶어 걱정이 앞선다, 부모님들의 힘을 빌어 시작하는 사업에 신중을 기할수밖에 없지 않은가..
결혼한지 만4년.. 남들은 벌써 자기집장만에 어느정도 기반까지 잡아가는 나이에 나는 아직도 머하나 변변히 마련해놓고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난다.
친정부모님들의 염려가 사실이 되어가는것같아 더욱 송구스러워질뿐..결혼할 당시 그처럼 반대하시던 친정엄마의 서슬 퍼런 다짐이 비수가 되어돌아온다
"나중에 왜 좀더 말리지않았냐고 내보러 머라그러지마라..어려워도 어려운대로 니가 선택한 결혼잉께 말없이 살아라잉.."
나의 선택.........
오늘은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다...살갗에 닫는 바람이 내 가슴에서 휘몰아치는 차가운 바람을 녹이는 훈풍인 듯느껴진다.
춥다...이가 부딪칠만큼 내속에 이는 바람은 한창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