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이면 성묘가는 길이 친정과 가까워 두어 시간씩 차를 밀리며 찾아가곤 했지만
올해는 성묘길을 함께 하지 않았다.
친정 부모님이 너무 연로하셔서 이젠 서울에 사는 오빠네로 살림을 합쳤기 때문이다.
명절 전날 큰댁에서 음식일을 서둘러 마치고는
한시간 거리인 서울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
명절날은 차가 밀릴거 같아 미리 다녀 오려는 심산이었다.
예상대로 명절 앞에 연휴가 길어서인지 하루 전날 도로는 한산하여
수원서 강동구까지 한시간이 미쳐 안 걸렸다.
지난달 쓰러져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하셨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가보지도 못한 미안함도 있고
또 올케가 모시고 있으니 괜히 손님 치루는 번거러운 일이 될까봐
발걸음 하기가 그랬는데 명절 핑계로 그래도 찾아뵌 것이다.
80이 다 되신 엄마.
총명하고 몇 남자 부럽지 않은 뚝심으로 힘든 일도 거뜬히 척척 해내시던 그 기백은 어디가고
내가 들어가 "엄마" 하고 부르니 "누구여" 라고 되 물으신다 ㅠㅠ
그러나 손을 잡으니 그 손만은 어찌나 꼭 부여잡던지.
4째 왔어요.. 알아보시겠어요?
그러나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
얼마전 부터 약간 치매기가 있으시다. 그래서 기억이 깜박 깜박하신다.
자녀들도 알아봤다 못 알아봤다. 멀쩡하시다가도 딴소리 하신다.
명절이면 온 집안의 모든 일들을 진두지휘해 가며....
손수 두부도 만드시고 술까지 빚으시더니.
이젠 애기가 되어 버렸다.
올케보고 운동도 시킬겸 집 안에서 하는 일들 심부름도 시키고 자꾸 움직이게 하라고 했더니.
엄마보고 뺄래좀 개시라고 시켰더니. 싫어! 힘들어 안할래 ! 하시더란다.
젊어서는 절대 그런 분이 아니셨는데.. 정말 애기가 따로 없다.
내가 농반 진반으로 엄마! 올케가 빨래 개라면 말 잘들어야지 .. 왜 안하셔
운동도 자꾸하고 손도 움직여야 좋은거야.그래야 병도 낫지.. 그러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신다.
쩌렁 쩌렁하던 그 목소리는 어디가셨나.
혼내셔도 좋구.. 잔소리 하셔도 좋으니 예전의 기력이 넘치는 그 모습으로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찌나 안쓰러운지. 두손으로 발그래한 엄마 두볼을 비벼드렸더니 웃으신다.
몇시간의 방문으로 자식 도리를 하자니 미안하고 죄스러웠지만
제사를 지내려 다시 큰댁에 가야 하니 서둘러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더이상 아프지 마시고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고통이 없으시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