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일이다.
공짜로 땅을 임대해 준다기에 부지런히 관리 사무실로 갔다. 아파트 방송에 노인정에서 쉬는 땅을 가꾸었는데 아이들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라고 무상으로 임대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고추를 몇포기 심을까 호박을 심을까? 아니야 열무를 심어 무공해 김치를 해먹어야지 ... 난 그날밤 상상에 나래를 펴며 머리 속으로 혼자 열두가지 채소를 심었다 뽑았다 했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란 옛말도 있지만 ㅎㅎ 무상이라는 말에 경험도 없는 내가 감히 도전장을 낸것이다.
아무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윗층자매까지 데리고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아마 시부지인데 다른 용도로 쓰일것을 잠시 미뤄두고 있는 노는 땅이고 우리 아파트와 가까우니 임시로 사용하라고 한것 같다.
차례를 기다려 계약서를 쓰고 밭 한두렁을 배정 받긴 받았는데..... 어쩌나? 도전장을 내긴 했는데 경험도 없고 하물며 호미 한자루 삽한자루도 없는걸.. ㅠㅠ
그밤 꿈에 부풀어 심었다 뽑았다 상상만 할때는 좋았는데 막상 받고 보니 뭘어찌 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안잡힌다. 그냥 무공해로 씨앗사다 뿌리고 풀 뽑아주며 아이들과 전원생활을 조금 누려 보는걸로 만족해야 할까 보다. 경험있는 할머니들께 도움을 받아가며 함 해봐야지.. 잘 자라면 이웃에게도 나눠주며 인심도 쓰고...ㅎㅎ 안되면 그냥 도심에서 흙을 만져 본다는 것으로 만족하리라. 내 농장(?)에 작은펫말도 세우리라 "리아가족 농장" 이라고....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넘 거창한가 우히히~~
난 저렇게 상상에 나래를 펴며 그해에 호미도 몇자루 사고 한낮은 뜨겁기에 새벽에 햇살이 약할때에 일어나 신랑과 둘이 나가서 풀도 뽑고 고랑도 만들고 해서 상추씨를 뿌리고. 열무씨도 뿌리고 또 고추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바로 옆에 배정받은 어떤 노 부부가 들깨모종을 심길래 또 내 주 특기인 입심?으로 생글 생글 다가가 몇마디 거들고는 ㅋㅋ 그것도 몇포기 얻어다 심어 놓고 나니 제법 밭의 모양새가 나는거 같았다. 햇볕에 얼굴과 팔뚝이 빨갛게 데이는 줄도 모르고 열심으로 몇날을 고생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해에 전국적으로 얼마나 가뭄이 극심했는지 연일 논바닥이 갈라지고 저수지가 말라가는 모습들이 메스컴을 장식하는 것이었다 내 농장(?)도 몇날 몇일을 기다려도 싹이 나오질 않고 그렇다고 물을 댈수도 없는 위치였다.
거의 포기하고 있던차에 한줄기 생명수 처럼 어느날인가 비가 내렸다. 그리고 그 뒷날 가보니 여기저기 상추며 열무며 싹이 돋아 있지 않은가? 어찌나 신기하고 반갑던지...... 농약을 구할수도 없거니와 구한다 해도 절대 사용하지 않고 무공해로 기르리라 다짐을 했건만. 자연은 내게 그렇게 호락 호락 한 존제는 아니었나 보다. 가뭄으로 수분 부족을 겪던 상추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뻣뻣하고 억센것이 도저히 먹을수 없게 되고. 새끼 손가락 만큼 자란 열무와 배추들은 어느새 우리가족들 보다 배추벌레 가족들이 먼저 시식을 하는 바람에 잎은 온통 구멍투성이에 줄기들만 앙상하게 남아 버렸다. "그래 너희들도 생명인데 먹고 살아야지..... 어짜피 나도 못먹을거 너희들 이라도 포식을 했으면 됐다" 라고 인심아닌 인심을 쓴거처럼 맘을 비웠다.
무공해 야채를 수확하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이웃에게도 나눠주고 인심도 쓰자던 내 꿈은 이렇게 해서 산산히 부서졌다. 내생에 첨이자 마지막인 내 농사 경험은. 고추모에서 풋고추 몇개와, 깻잎 한웅큼을 수확한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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