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와 -빨간 운동화의 추억~
기본 주제방 2004/04/30 15:43   http://blog.azoomma.com/rino375/127090
운동회와 -빨간 운동화의 추억~

내가 앉아 있는 삼실의  남쪽에 큰 유창을 통해 보면
바로 코앞에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보인다.

늘 거기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가끔 이른시간에 출근하면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도 또렷이 들려와서
창밖을 볼때마다 초록의 가로수로 둘러쌓인 운동장의 재미난 풍경들에 심심하지 않다.

그런데 이 운동장에서 얼마전부터 날이면 날마다
선생님의 마이크 맨트 소리와  음악소리 때문에 귀가 쟁쟁할 만큼 무지 무지 시끄럽다.
이정현의 신나는 댄스곡이 흘러 나오는가 하면
오후가 되면서는 또 민요가락이 울려퍼진다.

벌써 열흘이 넘게 이런 진풍경과 시끄러움들이 이어지더니
오늘은 드디어  운동장  하늘에 온통 만국기가 펄럭인다.
바로 내일 운동회를 한다고 오늘 총연습에 들어갔나 보다.

보통은 운동회 하면 가을 운동회가 연상되지만,시류가 바뀌어서 일까?
요즘은 5월5일 어린이날을 전후해 봄에 운동회를 하고
가을엔 무슨무슨 예술제로 바뀐지가 꽤 오래 됐다.

가을 운동회 하면  우리나이 세대엔 꽤 소박한 추억들이 많이 있다.
보통 추석을 지내고 운동회를 하는데 이때는 꼭 김밥과 삶은밤과 찐계란~솜사탕 또 빠질수 없는 칠성사이다. 환타~~ㅋㅋ(그때는 칠성사이다가 최고였다.)아~ 또 있다 풍선 장사~~ 여러가지 색색깔의 풍선장사가 와서 운동장 한켠에서 팔기도 했었다.

우리아이들 운동회때 풍경은? 통닭에 피자에~ 삼겹살에 해물탕에~~
탕수육 짜장면등 전화 한통이면  운동장으로 즉각 배달되는? 모습들,
참으로 많이도 바뀐 풍경들이다.

부채춤과 기마전은 지금도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들이다.
짧은 하얀 주름치마에 흰브라우스를 입고
색색깔의 작은 공을 가지고 "소녀의 기도" 라는 곡에 맞추어 추던  춤은
3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율동이 일부 생각날 만큼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하지만 운동회 하면 또 아픈 기억도 하나 있다.
초등학교 어느해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저학년이었을 거다.

30여년 전이면 운동화 하나도 귀하던 시절.
왠일인지 엄마는 내게 빨간 운동화를 하나 사주셨다.
지금에 운동화야 가지 각색의 모양과 재질로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그때는 너무도 단순한 모양이었는데도 흔하지 않았고
어린 마음에 그 운동화가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ㅋㅋㅋ아껴 신고 아껴신었었다.

그런데 운동회가 있던 날. 난 그 신을 신고 운동회에 갔었고
아마도 어느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의상을 갈아 입어야 할때였을거다.
다른 부모들은 일찍 맛난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운동장 가장자리에 자리를 펴고  구경들을 하고 옷도 갈아 입혀주고 했었는데
그때도 일(상업) 을 하셨던 엄마는 뭘 그리 바뻤는지 내 차례가 되었는데도 오시지를 않는다.
옷과 신발을 갈아 입고 어디 맞겨 놔야 하는데 부모가 안 왔으니 맞길때도 없고
그래서 운동장 한켠 언덕..잔디가 무성한곳에 그 빨간 운동화를 벗어서 숨겨(?) 놓고  내 차례가 되서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와보니
허걱~~ 그 아끼던 빨간 운동화가 없어져 버린거다 ㅠㅠ
늦게서야 도시락을 싸 가지고 헐레벌떡 오신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오히려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고 아까워 하시며
나를 나무라셨지만,
어린마음에 그 실망감이란 어떤것인지 헤어려는 보셨는지.ㅠㅠ
( 암튼 아끼던 내 새 운동화를 가져간 그 사람은 그 뒤로 잘먹고 잘살았는지 모르겠다 ㅎㅎㅎ)

운동회가 끝나고 그 다음날~~
낡아빠져 구멍난 헌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가는데
그날따라 왠 가을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던지
신발 밑창으로 빗물이 새들어 와서 양말은 다 젖어 버리고
발은 물에 팅팅 불어 버렸다 ㅎㅎㅎ
당장 새 운동화를  사주지 않는 엄마를 원망 또 원망하며
벌레씹은 얼굴로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난다.

여러 자식을 키우며 누구하나인들 귀하지 않을까 마는
그때 형편으로 줄줄이 학생이 5명이었고 하나 하나 입히고 가르칠려면. 살림이 빠듯했으리라~~
지금 나 자신도 자식이 원하고 바라는걸 그때 그때 척척 알아서 다 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때의 엄마 심정을 이제는 조금씩 이해를 한다.

지금 우리집 현관 신발장엔 운동화가 족히 10켤레도 넘게 넣어져 있다.
멀쩡한 운동화인데 계절별로 다르고, 작아져서 못신고,또  유행이 지나서 못신고,
내가 사다준거는 메이커가 아니고 짝퉁이라 안신고 ㅠㅠ
조금 어디가 닳았다고 안신고 이핑계 저핑계로 안신고 버려져 있는 딸 넘들의 운동화다.
유명 메이커 아니면 쳐다도 안보려는 요즘 아이들~~
30여년전 운동화 한켤레로 사계절을 커버하고.
잃어버린 운동화에 상처받고 상심하던 엄마 세대를 이해할까?
ㅎㅎㅎ


날이 흐리다
낼 비가 안 와야 할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