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삼실 밖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한을 풀듯 파인이 좀 한가해졌다고 봄 바람난 여인처럼 셋째주(학암포) 에 이어 이번주 토요일에도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대천까지 달려봤다. 일주일 만에 다시 달려보는 풍경인데도 바람은 훨씬 따스해 졌고 벌써 여기저기 연초록 새순들이 돋아난 봄 들판엔 생명의 힘찬 숨소리가 느껴진다. 하얀 미소를 머금은 목련은 어느새 그 우아한 몸짓으로 뽀얀 얼굴을 내밀고. 순풍에 불어오는 바다 바람도 전혀 차가움을 느낄수가 없는 것을 보면 이제 봄은 완연하게 우리 곁에 다가온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대천에 사는 친구와 대전서 달려온 친구. 그리고 여기서 내려간 나와 두친구 이렇게 5명이 모여. 싱싱한 회로 점심을 먹기 위해 대천항으로 향했다.
부산 자갈치나 주문진, 또 속초 대포항 처럼 어시장이 크거나 다양하고 희귀한 어종들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갓잡아온 싱싱한 해산물들을 펼쳐 놓구 관광객들을 부르는 어시장의 풍경들, 또 순박한 충청도의 인심이 듬뿍 묻어나는 미소와 친절들이 우리 일행을 즐겁게 한다.
회집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사람들. 그 많은 관광객들이 다 어디서 오는 건지. 경제가 어렵다 한들 말뿐인가? 싶을 정도로 테이블이 빈틈이 없었다. 푸른 바다가 훤이 내려다 보이는 2층에서 주문한 회와 매운탕 또 거기에 이슬이가 빠지면 재미 없지? ㅎㅎ 그래서 이슬이 한잔씩 기울이며 늦은 점심을 먹고는 대천 해수욕장으로 달려갔지. ( 대낮에 겨우 소주한잔 먹고도 온통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난감해서 혼났다ㅋㅋ)
어찌나 따스하던지. 여기 저기 M.T 온 대학생들이 모여 아무리 봄이라도 바닷물에 빠지면 추울거 같은데 전혀 그런 기색들 없이 게임을 하고 당당히 푸른 바다에 뛰어들고 모래 위를 뒹굴며 함성 지르고 하는 모습들을 보며, 역시 "젊음은 저들의 최대 재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부러운 시선으로 한참을 넋을 잃고 구경을 했다.
지난주에 갔을때는 멋진 일몰을 못보고 왔는데. 이번엔 일몰을 보고 오고 싶어서 역시 해변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2층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잔씩을 앞에 놓구 일몰을 기다리며 장장 3시간을 앉아 있었으니 카페 주인이 아마 속으로 대단한 여인들이여 라고 눈총주지 않았을까?ㅋㅋ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데 다섯이 모였으니 접시 50장은 족히 깼을 법한 시간쯤 되자 카페 창문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 위로 닿을듯 말듯 하루 생을 마치려는 태양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너무도 붉게 타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붉은 비단이 일렁이듯 바다에 풀어헤친 태양의 긴꼬리가 흔들리고 순식간의 멋진 연출과 함께 진한 어둠이 내려 앉을 즈음 우린 카페문을 나섰다.
밤의 해변은 또 환락의 거리로 탈바꿈한걸까? 20여년전의 이 해변은 말 그대로 소박하기 그지 없었는데 어느새 온통 음식점들과 회집들 멋지게 꾸며진 카페들, 나이트클럽의 휘황한 네온사인들이 불야성을 이룬다.
"100% 부킹 책임집니다" 라며 억지로 명함을 쥐어 주고는 한잔하고 갈것을 권하는 호객꾼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어두워진 밤 바다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해야 했다.
같은 바다를 일주일 차이로 두군데 둘러봤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먼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철이른 바닷가 오로지 파도소리와 가끔 푸득이는 갈매기의 날개짓 만이 정적을 흔들뿐.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아주 조용한 풍경. 차분한 맘을 가질수 있었고 마음까지 맑게 하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워낙 잘 알려진 해변이라서도 그렇고 또 여럿이 모인 자리였기에 다소 들뜬 기분과 풋풋함으로 하루를 기분좋게 보낼 수 있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디카를 가져온 친구가 베터리 중전을 안해 와서 사진을 한장도 찍지를 못했다 사진과 함께 포스팅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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