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입학이 몇 일 남지 않았다.
엊그제 나란히 올해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두 아이들 교복을 찾으러 갔다.
산뜻한 정장 상의와 하얀 블라우스에
잔잔한 체크 무늬가 있는 몸에 착 붙는 짧은 스커트를 입혀 놓으니
뿌듯하고 대견해 보인다.
작은 넘은 워낙 날씬하고 예쁜 몸매라 뭐를 입혀놔도 옷 테가 나지만
큰 넘은 키도 크고 한 덩치 하는 녀석이라 안 어울릴까 싶었는데
예상 밖으로 몸에 착 달라붙게 만들어진 교복이 나름대로 참 예뻐 보였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엄마의 교복 입었던 모습이 궁금하다 하기에.
저녁에 창고 깊이 넣어 두었던 오래된 앨범을 찾아서 펼쳐 보았다.
하얀 칼라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갈아 끼울 수 있었던 동복
예전엔 세탁소에 맡기는 일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유난히 하얀 칼라가 쉽게 더러워져서 갈아 끼우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바쁘신 엄마를 대신해서 늘 저녁에 스스로 빨아서 널었고
아침에 갈아입고 나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춘추복이나 하복은 그때 유행하던 세라복이라는 것이었다.
동복은 촌스럽고 멋이 없었지만 하복은 그런 대로 주변의 학교에 비해
예쁘고 세련되었었던 기억이 난다.
교복 한 벌로 3년을 내리 입어야 했던 그 시절
그래서 일 학년 때는 유난히 크고 헐렁한 교복을 입고 다녀야 했고,
키가 가장 많이 자라는 사춘기였기에
3학년이 되어서는 한 뼘이나 달랑 올라간 바지를 그냥 입고 다녀야했다.
3학년 2학기쯤엔 바지가 너무 짧아져서
새로 사 달라는 말은 언감생신 말도 못하고 언니들이 많았던 나는 나름대로
비슷한 색으로 언니바지를 하나 골라 입고 다니기도 했었다.
지금 우리애들 교복을 맞추러 갔을 때도 의상실 쥔장 하는 말
일 학년도 예전처럼 크게 입지 않고 요즘은 딱 맞게 맞춘단다
나 역시 아이들 키우면서 그랬다 커서도 입으라고 큰 옷 사지 않고
늘 딱 맞는 옷을 사주곤 했었다.
지금 고딩들은 치마 길이도 어찌나 짧게 입던지 좀 길다 싶으면
허리를 한번 말아서 일부러 더 짧게 입고 다닌다.
가장 예쁠 나이, 가장 싱싱할 나이, 무엇을 입은들 이쁘지 않으리.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난 미니스커트를 입힌대도 찬성할거다.
지금은 머리도 어느 정도 자율화가 되어서 커트 모양 단발머리,긴머리 등
나름대로 멋을 낼 수 있었지만
우리 때는 귀밑 3센티? 인가해서 일률적으로 단발 머리였다.
사진을 들여다보던 우리 아이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촌스럽다고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때는 다 그랬어 임마 ㅎㅎ)
몇 장 안돼는 학창시절의 흑백사진과 미쓰때의 날씬했던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참으로 많이도 변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태풍과 눈보라로 눈도 뜨기 힘든 날 겨울 바다를 본다고 변산반도 채석강을 달려갔던 추억,
너무도 추워서 멋으로 두르고 간 목도리를 모두 얼굴에 감아 완전히 아줌마 패션을 연출했던
모습의 사진.
6명의 친구들과 인천 송도에 바람 쐬러갔을 때,
저쪽에 남자들끼리 놀러온 친구들이 6명중에 나를 콕 찍어서 불러서(일명 지금의 작업? 이다)
같이간 친구들에게 놀림 아닌 놀림을 받았던 추억이 있는 사진.
그 추억을 옆에서 킥킥대며 들여다 보는 딸들에게 들려주니
"엄마 그거 착각이야 착각!" 이러면서 도저히 안 믿어주려 한다.
(이넘들이 지금 내가 너무 변했다고 믿어주질 안네 쩝~~~~~~~~)
군더더기 없는 날씬한 허리와 하얀 허벅지를 있는 대로 들어 내 놓은
짧은 반바지와 민 소매 차림으로
낙산 해수욕장의 모래 벌을 누비던 모습의 사진
내가 이렇게 날씬해서 이런 짧은 반바지도 입었던 때가 있었던가?
까마득한 추억을 되새기며
한껏 굵어진 지금의 배둘레햄을 원망스럽듯 만져 본다.
.그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고향을 떠난 지 오래 되었고 산다는 게 무언지 삶에 얽혀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모두 잊혀지고 간간이 이어지던 연락마저 끊어져 버려서 너무 아쉽다.
찾아온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이리 저리 돌려보며 패션쇼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본다.
"참으로 좋을 때구나"
하지만 너희들도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지금 모습의 사진을 보면 이 엄마처럼. 비록 그때의 모습은 촌스러울 지라도
가슴에 새겨진 추억은 새록새록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