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의 실루엣
기본 주제방 2004/01/12 15:19   http://blog.azoomma.com/rino375/11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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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이지만
      쏟아지는 피곤함의 끝자락을 애써 떨쳐버리고
      허우적 허우적 또 하루의 삶을 채우기 위해
      평일 출근 시간보다  더 일찍 집을 나선다.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이라지만
      이른 아침의 공기는 그래도 매섭게 다가온다.
      허연 입김이 훌훌 날고.
      금속성의 유난히 섬짓한 차가움을 전하는 차에 시동을 건다.
      밤새 차창유리에 낀  하얀  성애가 다  녹아 내릴때쯤
      내가 가야할 목적지에 도착했다.
      늘 내가 있던 자리
      늘 함께했던 사람들
      오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예전의 "나" 는 거기에 존제하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 마음의 이방인처럼 어울릴 수 밖에 없었다.
      
      " 님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다만 점점 멀어져 가는 나를
      슬픈 가슴으로  바라볼 뿐이다.
      버리고 떠나온 것은 나였기에......"
      
      지인들과 한식집에서 점심을 나누고.
      잠시 큰댁을 들렸지만, 다 외출하고 아무도 안계신다.
      "사람의 도리" 의무처럼 하려한 얄팍한 내 생각이
      나 스스로 미워진다.
      기쁜 마음으로 할 도리를 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어제가 생신이었는데
      하루 늦은 오늘 찾아 왔더니. 이렇게 헛걸음을 하나 보다.
      차를 돌려 가까운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서니.
      지하 4층까지 차들이 꽉차 있다.
      지하5층까지 내려가 간신히 자리를 찾아 파킹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거기도 넘쳐나는 사람들.
      벽에 붙은 전단지를 보니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다.
      바로 세일기간이었다.
      세일이건 아니건 그런거에 무감각하게 살아왔던 삶.
      그냥 필요할때만 찾아왔지,
      일부러 세일기간을 손꼽아 보고 찾아다니고 하지 않았기에
      이런때 인파가 몰리는 모습들은 나에겐  무척  생경함으로 다가온다.
      참으로 내 삶의 감각이 무디어진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는것 같다.
      에스칼레이트를 가득 메운 채 끊임없이 올라오는 사람 사람들,
      어깨에 어깨를 부딪치며 올라오고 내려가는  사람들의 물결.....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만 내가 딛고 내려갈 공간을 찾지못한 채
      허우적거리며 떠밀리기를 반복하다
      매장 한쪽의 휴계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뽑아 들고
      잠시 앉아서 가만히 사람들을 쳐다 본다.
      세일 % 가 가장 높은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음이 한눈에 보인다.
      평소에 만져 보지도 못하는 고급 브렌드.
      하지만 세일을 이용해 그런것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일반 서민들이다.
      "일명 럭셔리한 제품들을 고가에 쉽게도 장만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세일이란것에 구애받지 않을것이다" 란 생각을 해보니.
      오히려 저기 서 있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며
      왠지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만나는 군상들의 고단한 실루엣이
      나를 슬프게 한다.
      삶이 그런 것인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휘적 휘적 몇군데 군중속에 끼어 나도 매장을 둘러보았지만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기에 난 그냥 나왔다.
      밖은 벌써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고
      거리의 네온사인들은 발악을 하듯 더더욱 번쩍인다.
      "이렇게 또 11 이란 붉은 일요일의 숫자를 내 인생에서  서서히
      지워야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진한 외로움과 함께 피곤함이 밀려온다.
      
      삶은 왜 이다지도 고단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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