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우연히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지 하는 맘으로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니
약간 지친듯한 엄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어째 연락도 없고 한번 다녀가지도 않는지?"
섭섭해 하시는 듯한 음성이 못내 나의 맘을 짠~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내려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드는거다.
5시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무작정 차를 몰아 경부선에 들어섰다.
주말이라 그런지 채2분도 달리기 전에 막히기 시작하고 서둘러 공주를 거쳐 대전을 가야하는 우리는 점점 속이 타기 시작하였다.
마침 파란선 안의 버스 전용도로는 그나마 우리보다 씽씽 달릴 수 있는 잇점이 있기에
호시 탐탐 그 선을 넘을까 말까? 마음에 갈등은 심해지고.
에라~~ 모르겠다 ....... 넘자
그만 우린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벌금 나갈지도 모르는 그 악마의 파란선을 넘어 모험에 길로 들어섰다.
옆차선의 승용차들이 다 기다 싶이 하는 것을 뒤로 하고
큰 버스들 뒤를 바짝 붙어 전용차로로 달리는데 씽씽 달려 좋기는 하지만 언제 고속도로 경찰에게 걸리거나 카메라에 걸릴지 몰라
조마 조마한 마음은 결코 편하지 만은 않았다.
안성을 지나 천안이 가까울 즈음 다소 정체가 풀리기에 다시 2차선으로 빠져 나와
어둠이 짖게 깔린 뻥뚤린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를 달려 고향인 공주에 다다르니 저녁 7시가 조금 안 되었다.
김장을 하신다고 배추절이고. 양념 다듬고. 찹쌀가루 만들어 놓구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시고 엄마는 종일 준비를 하셨단다.
그래서 낮에 전화 목소리가 그리 지쳐 보이셨구나.
연세가 70하고도 중반을 넘기신 분이 거기다 지병인 고혈압으로
늘 고생하시는데.
힘든 일을 아직도 혼자 하시려니 당연히 기력이 달릴 수 밖에 없으리라.
젊어서 여장부 같은 성격에 무슨 일이던 척척 잘도 하시고.
몸도 재고 날아다닌다 할만큼 부지런 하셨다.
머리는 어찌나 비상하시던지 일처리 할때 보면 그 총명함이
어느 배운사람 못지 않으셨다.
거기에 비하면 또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분이란 양반이셨지.
누가 아쉬운 소리하면 내몰라라 하지 않고 앞뒤 안가리고 선뜻 내주시는 그런분이셨다
별로 말씀도 없으시고 늘 조용하셨고 특별한 애정표현도 없으신 분이었다.
16년전 내가 첫아이를 가져 입덧이 심하여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넘 힘들어서 친정에 내려가 있을 때다.
말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셨던 분이 한참이 지나서 오셨는데
자전거 뒷꽁무니에 무언가 한보따리 싣고 오셨다.
그러더니 주섬 주섬 내려서 풀어 놓는데.
과일이며 간식거리를 잔뜩 사오셔서는.
"입맛 없으면 이런거라도 먹어봐라"
"그렇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어찌 버티겠누" 하시는데.
난 솔직히 놀라고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늘 조용하시고 "좋다' "싫다" 어떤 애정표현도 어색해서 못하시던
아버지에게 저런 면이 있으셨구나......
입덧으로 그 어느걸 먹어도 소화가 안되던 때였는데.
난 아버지의 성의를 봐서 그날 억지로라도 사오신 것들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분이서 김치 얼마나 드신다고. 저 힘든 김장을 아직까지 하셔야 하나?
부모 건강할때 우리가 실컷 얻어 먹었고 베품을 받았으니
이제 손발 움직이기 힘든 이 상황에서는 우리가 한 들통만 해다 드려도 되는데
삶이 무엇이길래.
나 살기도 바쁘다며.
또 늘 출근해서 나도 일을 봐야 하니 시간 없다는 핑계로...
안부전화도 자주 못드렸었다.
김장을 드리기는 고사하고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며
내 살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이 가슴 아프고 죄스러울 뿐이다.
이제 건강도 예전같지 않으셔서 자식들과 같이 사시라고 권하지만
"내 살던 이곳이 편하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것이 싫다" 라고 하시며 궂이 고향에 남기를 원하신다.
뜬금없에 내려 갔기에 우린 서둘러 대전에 들러 다른 일정을 보고.
그날 밤 다시 올라왔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부모님들이야 그렇게 다녀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우셨는지
이것저것 또 챙겨서 차에 실어 주신다.
그 애뜻한 자식 사랑을 누가 모르리......
하지만 난
두어 시간이라도 그렇게 뵙고 오니 왕복 5시간의 여행길이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덜 죄송스럽고 마음이 편안한 것은.
이제서야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했다는 작은 위안 때문이리라.
"아프지 마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 할텐데......"
라고 맘속으로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