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과 하나되어
기본 주제방 2003/11/02 01:12   http://blog.azoomma.com/rino375/103619

 

가까운 곳에 좋은 산책 코스가 있는데 예전엔 그래도 가끔 오르곤 했었는데
봄엔가 아카시아 꽃이 만발할때 올라가고는 최근엔 좀체 가 보질 못했다

무엇이 그리 여유가 없는지  쉽게 맘 정하고 발길을 옮기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즘 가까운 지인들과 짬을 내 그곳을 찾아 매일 왕복 2시간 정도의 등산을 했다.

10 여분 정도 가파른 산을 올라가면 제1 휴식처인 팔각정이 있고 그 아래로는 약수물을 먹을 수 있는 맑은 옹달샘이 있다.
약수터 위엔 유난히 큰 단풍나무가 한참 절정인듯 붉게 타고 있고,
주변에 하얗게 피어난 갈대며. 갈색으로 변한 다른 나무들의 잎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 보는이 들을 감탄하게 한다.
유명한 단풍산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소박하지만 이런 좋은 곳이 지척에 있다는게 새삼 즐겁다.

얼마전 강원도 쪽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곳은 이미 단풍이 모두 지고 산 정상쪽은 앙상하게 죽은 듯한 나뭇가지만 보여서 안타까웠는데. 이곳은 이제 절정인가 보다.

제1 전망대를 거쳐,  제2 약수터와 쉼터를 지나는 길은 산등성을 따라 걷는 평평한 길과,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굽이길 들이 골고루 섞여져서
등산을 하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고 발길 닿는곳 마다 아기자기 한 재미가 있다.
솔 숲이 우거진 지점에는  길위로 노~~란 솔잎들이 수북히 쌓여 있고
그곳을 걸을 때는 푹신한 발밑의 감촉과 함께 진한 솔향기에 취하여
정말 가슴속까지 숲의 기운이 넘쳐오르는 느낌이다.

가끔은 이름모를 새들이 퍼득이며 날기도 한다.
왠 청설모가 그리도 많은지?
"바스락~!"  하는 소리에 가만이 서서 주변을 살펴보면,
영락없이 청설모란 넘이 열심히 땅바닥을 헤집고 있다.
아마도 먹이를 물어다 땅속에 저장하는 것이리라.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길이라 그런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경계하는 모습도 없고  달아나지도 않는다.

열심히 산을 오르다  좀 힘들고 지치면. 곳곳에 설치해둔 운동기구에 매달려 허리도 돌려 보고 철봉도 매달려 보며. 쉬면서 솜고르기를 하곤한다.
오고가다 가끔은 아는 분들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 미소와 가벼운 안부로 인사를 나누곤 한다.

지인들과 이것저것 담소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산등성이 맨 마지막 코스인 정상에 오르게 되는데 초입의 가파른 오름과 이곳의 마지막 오르막이 가장 난코스이다.
이 마지막 난코스를 옆에 설치한 밧줄까지 잡고 숨이 턱이차게 정상에 오르면 거기엔 온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산 아래의 멋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엔 2층으로 구성된 나무 팔각정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고
내부에 훌라후프며  줄넘기등 운동기구와
팔각정 주변엔 가벼운 운동을 할수 있는 기구들이 갖추어져 있고 나무벤취들이 여러개 설치돼 있다.
한참 숨고르기를 한다음 거기서 30분 정도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고는
벤취에 앉아 양쪽 주머니 불룩하게 담아온 사과를 껍질째 잘라서 나누어 먹었는데
상큼하게 한입 콱!~~베어 무는 그맛이 환상이다.*^^*

아~그런데 그곳에서  계절에 상관없이 피어난 꽃 한송이를 발견했다.
바로 진달래 한송이가 수줍은듯 애처롭게  양지 바른쪽에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진달래는 봄의 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가을에 피어 있다니.
아마 유난히 햇살이 잘드는 그곳인지라 진달래가 자기가 태어날 계절을 잊은듯하다.

나무밴취에 누워 단풍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 란 하늘을 보는 것도, 멋진 한폭의 그림이다.
그 시간 만큼은 신선이 따로 없다.
숲과 하늘과 내가 한몸으로 일치한 느낌이 바로 이 느낌일것이다.

그런데 이 산책로 입구에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더 아름답게 더 편리하게 하려는 의도인거 같지만, 길을 더 넓히고 인공적으로 조경을 가꾼다 한들
어디 자연의 맛에 비길 수 있을까?
그냥 좁고 다소 불편해도 오솔길 그 자체를  걷는 낭만이 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불편없이 이용하는데 왜 돈을 들이고 개발을 하는지 안타깝다.
편리하게 한다고 길을 넓히는거까지야  이제 어찌할 수 없지만
거기에 시멘트를 바르는 불상사나 없길 바랄뿐이다
도시에서도 늘 포장된 도로만 보는데 산에서 만이라도 흙을 밟고 싶은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