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준비한 샨샤댐과 철학없는 한반도 대운하
정치/경제 2008/05/14 14:25   http://blog.azoomma.com/richard/275742
[칼럼] 왜 파는지도 모를 운하를 뚝딱 해치우겠다니

거대한 땅을 가진 중국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부의 에너지자원을 동부 산업지역에 여하히 보내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부의 넘칠 듯 풍부한 물을 갈수록 사막화되는 북부에 보내는 것이다. 둘 다 만만치 않은 대 프로젝트고,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면, 중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게 중에서도 더 어렵고 시급한 것은 후자다.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타림 분지 등 서부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동부에 공급하는 것이 '서기동수(西氣東輸)' 프로젝트다. 중국은 타림보다 훨씬 더 서쪽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으로부터도 원유를 직접 공급받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일찌감치 설치해 놨다. 세계 제2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에서 안정적인 자원 확보는 필생의 전략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야 카스피 해나 동시베리아 등에서 사 들여와도 된다지만, 물은 중국으로서는 어찌해볼 수 없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다. 문제가 특히 심각한 이유는 한쪽은 물이 너무 많고 다른 쪽은 너무 모자라기 때문이다. 남부와 북부 모두 '물' 때문에 가위눌려 있다.

남부의 장강(양쯔강)에서는 우기에 홍수로 시달리는 것에 더해 서남부 고산지대의 만년설이 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면서 물난리가 더 빈번해졌다. 물이 범람하여 비옥한 옥토 지대를 만들어 놨다지만, 넘쳐나는 물은 수 천 년 간 항상 골칫거리였다. 반면 황하로 대표되는 북부는 가뭄이 연례행사다. 수도 베이징마저 사막화의 위협을 받고 있고 황사는 갈수록 극성이다. 세계적 문화유적 도시 둔황에는 사막화가 5㎞까지 다가왔다. 별 대책이 없으면 50년이 지나면 둔황은 모래에 완전히 파묻히게 된다고 한다.

(피터 홉커크의 '실크로드의 악마들'에서 스벤 헤딘이나 오렐 스타인이 발굴한 도시들은 모두 이렇게 모래에 묻혀버린 오아시스 도시들이었다. 불과 50년 후 또 다른 '모험가'들이 나타나 모래에 덮인 둔황에서 횡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의 27.4%가 이미 사막화되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개발(인구증가)을 억제하는 일, 두 번째는 인공조림 등으로 사막화를 직접적으로 막는 일(얼마 전 '무한도전'이 사막에 식목하러 갔다 왔듯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부의 남아도는 물을 북부로 끌어오는 일이다. (인공강우도 있다는 데 그것은 예외로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모두 평범(?)한 방법이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나무 심는 속도보다 개발과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한창 개발 중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 방법, 즉 남부의 물을 끌어와 북부를 적시는 방법이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다.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은 세대에 세대를 거쳐 중국 사람이라면 한번이라도 꿈꿔봤을,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닌, 말하자면 일종의 '집단의식' 내지 정신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이야말로 중국의 물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물론 리스크도 큰)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중국 사람들의 '치수(治水)'에 대한 수 천 년 된 집념의 발현이기도 하다.

▲ 남수북조 개념도 
남수북조는 중국의 물 자원 중 80%를 차지하는 남부의 물을 동·중·서의 3개 수로를 건설, 북동부로 총 연간 448억 톤씩 수송하는 사업으로 2030년까지 500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착공시점이 2002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일단 넘어가자. 이 남수북조와 궤를 같이하는 '치수' 정신의 발로가 세계 최대의 토목 프로젝트라는 샨샤댐 건설이다.

샨샤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만성적인 홍수 해결, 전력 생산 그리고 양쯔강 유역 경제발전이다. 중국이 환경론자들의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샨샤 공사를 강행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앞서 말한 치수에 대한 집단의식, 구체적으로 보면 장강과 황하를 연결하겠다는 중국인들의 강력한 의지를 믿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샨샤가 환경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유량 감소로 서해 해양환경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샨샤의 단점들은 장점들에 의해 상쇄된다. 그만큼 물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은 중국에서 하나의 숙명이자 철학이다.

▲ 샨샤댐 
산샤의 전력생산량은 연간 847억 와트로 중국 전체 전기사용량의 1/10을 차지한다. 해마다 여름이면 장강 주변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홍수의 재난에서 해방된다. 여기에 상전벽해로 변한 상류의 수량으로 말미암아 5천만 톤에 달하는 선박도 자유롭게 장강을 운행할 수 있다. 이들 이점들은 중국이 샨샤로 잃을 수 있는 손실, 즉 환경, 집단이주문제, 문화재 소실 등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샨샤댐은 건설기간만 12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댐 건설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샨샤를 처음 생각해 냈던 시점과 실제 완공(2006년)까지는 무려 100년 세월이 가로 놓인다. 샨샤의 아이디어는 1918년 쑨원이 처음 거론했고, 1930년대에는 국민당 수리전문가들에 의해 면밀한 고찰과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한다.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본격적인 건설 준비를 하였으나, 실제로 건설이 결정된 것은 1984년이다. (같은 해 '산샤댐개발공사'가 설립된다.)

아무리 만만디라지만, 1984년 건설결정에서부터 완공까지 무려 22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1986년부터 2년간은 전국의 전문가들이 죄다 모여 건설 필요성에서부터 건설공정, 재원조달, 파생효과까지 논증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88년 샨샤가 "중국 현대화 건설에 필수적"이라고 최종 결론이 난 후에도 실제 착공까지 또 6년 세월이 흐른다.

이 과정에서 매머드 댐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수몰로 인한 자연·문화유산, 주민 이주로 나타날 지역공동체 해체, 호수화한 댐에 쌓일 토사와 쓰레기, 댐 파괴 시 일어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재난 등의 이유로 국내외적으로 거센 반대에 부딪힌다. 실제로, 믿기지 않겠지만, 92년 전인대(全人代)에서는 출석인원 2,633명의 인민대표 중 177명이 반대를 하고 664명이 기권을 하는 등 중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정치적 반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듯, 중국 같은 일당 체제하에서도 대 토목 공사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단한 의사결정 및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건설 자체도 절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샨샤댐 건설과 토목 '정신'을 공유하는 남수북조 운하의 완공시기도 2030년으로, 착공시점으로부터 무려 30년 후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제기되는 반대논리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논거는 국민과 역사로부터 탄생된 집단정신 또는 철학이다.

필자는 토목, 물류, 환경을 잘 모른다. 다만, 커다란 토목 공사를 일으키려면 거기에는 공유하는 철학 내지는 집단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 국가적 비전이 확고히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사전에 숱한 논의와 토론, 검증,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것, 모든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아우르는 국민경제적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대'운하도 대토목이다. 그러나 이 토목공사에는, 물이 부족하지도 않고 70%가 산지이고 삼면이 바다이며 도로, 철도망이 극도로 발달하여 있는 한반도에서 왜 뜬금없이 운하를 파느냐는 반대논리를 극복할 어떠한 철학 내지 집단정신이 전혀 뵈질 않는다.

엄청난 돈이 낭비되고, 환경적 대재앙과 한강과 낙동강 주변의 숱한 문화재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왜 땅을 파느냐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용수(用手)인가? 치산(治山)인가? 물류인가? 관광인가? 일용 일거리 창출인가? 정치적 이벤트인가? 아니면 개인 '치적'용인가? 하다못해 소소한 프로젝트도 목적(philosophy) 즉, '철학'이 있는 법인데 산하를 까뒤집는 '대'운하에는 그게 없다.

남수북조와 샨샤 프로젝트는 그 까마득한 옛날 하나라 우왕의 전설에서부터 등장하는 장구한 역사성의 반영이며, 국민경제적 필요에 의해서도 물의 불균형과 광활한 내륙을 가진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이명박의 '대'운하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제2의 청계천, 즉 정치적 이벤트밖에 없다. 중창불사를 통해 묻지마 신자들의 눈에 들여 보이겠다는 것, 대자연을 일신의 영달을 위해 동원하겠다는 것, 또는 '나라면 할 수 있다'는 어린애 떼쓰기에 불과하다.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도 대체 있기는 있나. 만 하루면 모든 물류가 완성되는 나라에서, 꾸불꾸불 돌아 2~3일 걸려 짐들을 져 나르겠단다. 관광용이라니, 시멘트 콘크리트 뱃길을 관광시키겠다는 건가. 지 말대로 '4만 불 시대'를 노리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뭐가 아쉬워 환경을 개 무시하고 산과 강을 불도저로 깡그리 밀어버리겠다는 말인가.

결정과정도 날림이다. 이재오는 올해부터 첫 삽을 뜰 수 있다고 강변하고 이명박은 임기 내 완공할 수 있다는 태도다. 철학은커녕, 대토목을 날림으로 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땅 판다는 얘기다. 남수북조는 수백 년, 샨샤는 100여 년이 걸렸다. 근데 왜 파는지도 모를 운하를 5년 만에 뚝딱 해치우겠다니, 지금 제정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