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횟집이름이 아닙니다. '괴물' 이 요즘 가장 유명한 영화라면 이것은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의 이름입니다. 괴물이 그랬듯이 아마 최단기간 이정도의 집중 조명을 온 나라로부터 받은 게임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유명세라는 것이 notorious~ 한 것이 유감입니다만...
정부, 정치권,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모모 권력 실세, 친인척 비리 연루 의혹까지... 오늘은 어쩌면 우리 IT나 벤처 업계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이 '바다이야기' 사태의 내용과 그 진실 공방에 대해 한번 디벼 봅시다.
1) 사행성 게임기 심의와 게임장 인허가 비리
2) 문광부의 상품권 유통 정책의 인허가비리 및 사행성 방조 문제
3) 상기 두 이슈에서의 대통령 조카 및 권력 실세들의 연관설
언론과 여론을 연일 들쑤셔놓고 있는 바다이야기 사태는 정리하면 위의 세 가지 이슈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이슈인 '바다이야기', '황금성' 등의 이른바 사행성(?) 게임기 및 게임장에 대한 인허가 비리는 크게 오락게임의 심의 문제와 게임장의 확산 과정에서 어떤 비리나 배경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입니다.
많은 분들이 바다이야기의 TV 보도 화면을 보고 이런 도박게임이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는가 의아해 하시는데,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의 형태만으로 사행성을 단정 짓거나 심의 통과가 제한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고스톱이나 포커, 슬롯머신과 똑같은 형태의 수많은 도박성(?) 게임들을 인터넷, 하다못해 휴대폰을 통해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스톱이나 슬롯머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 그 게임의 형태와 배팅, 배당액, 당첨금의 현금화 여부 등 플레이, 서비스 전체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다이야기가 허가된 기준 하에서 건전한(?) 게임으로 서비스된다면 슬롯머신과 게임 형태가 유사하다든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심의 당시 바다이야기는 게임당 최고액 2만원 상품권 한정) 이것이 사행성 오락기가 되어 버린 것은 따라서 유통 과정에서의 조작(당첨액 상향 조정 등) 또는 운용상의 불법 문제(상품권 현금 할인)라고 봐야 맞겠습니다. 더구나 이 오락장은 이전의 불법 승률조작과 현금거래가 판을 치던 성인오락실이나 화상경마와는 달리 바뀐 정책에 의해 허가가 아닌 등록제로 그것도 경찰청이 아닌 문광부 소관으로 이관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도 짧은 시간 이 게임들이 기존의 PC방, 노래방, 만화방은 물론 장사 잘하고 있는 목 좋은 음식점까지 집어 삼키며 주택가까지 파고들 정도(전국 15,000여개 추산) 로 삽시간에 확대된 뒤에는 단지 수요 있는 곳에 공급 있다는 시장 논리(?) 외에 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업계 주변에서는 이전부터 이 문제와 두 번째 문제, 즉 문광부의 상품권 정책을 묶어 권력 실세 배경설, 정치자금설, 조직폭력 연계 등의 갖가지 입소문이 심심치 않게 떠돌았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바다이야기가 이렇듯 파급력 있게 확산되고 사회문제까지 된 데에는 단지 바다이야기라는 '대박'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은 사실 관계 자체를 너무 모르는 단순한 해석입니다. (바다이야기는 리니지와는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바다이야기는 사실 상 상품권을 이용한 사행성 도박장을 운영할 수 있는 수많은 도박성 게임 아이템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바다이야기의 확산 시점과 문광부의 게임장 상품권(이른바 경품용 상품권) 인허가 확대가 실시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일치하고 있는 점입니다. 바다이야기가 엄청난 자금력과 영업력을 휘두르며 때맞춰 터진 문광부 상품권 정책을 기가 막히게(!) 이용하여 '반합법적 도박장'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하고 독식할 수 있었던 데에는 뭔가 정책마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정도의 엄청난 힘과 막대한 뒷돈의 어떤 조직적인 대응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 세 번째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의 조카나 그밖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몇몇 권력 주변의 실세, 정치권 인물들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섣부릅니다. 야당이나 현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들은 여기서 뭔가 커다란 '게이트' 한 건을 간절히 바랄 수도 있겠고, 단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만으로도 그것이 여론몰이에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초기부터 그들 의혹의 핵심으로 부각되었던 대통령 조카 문제의 실상을 알고 보면 이 사건의 경우는 아쉽게도 이런 분들의 높은(?)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로 끝나버릴 공산이 큽니다.
우선, 대통령 조카 노지원 씨의 경우 그가 몸담았던 우진시스텍이라는 회사는 실제로 금년 5월 지코프라임(바다이야기판매업체)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바다이야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단지 통신기기를 개발하는 벤처로 성장하여 코스닥에까지 오른 건실한(?)기술 기업이었을 뿐이고, VDSL 특수가 끝난 2004년 이후 뚜렷한 실적 없이 적자에 허덕이던 이 회사를 바다이야기의 지코프라임이 단지 코스닥 (우회)상장이라는 목적 때문에 덤벼 잡아먹었던 것입니다.
마치 커다란 음모론이나 게이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 언론에서 얘기되고 있는 노지원 씨는 2003년 KT를 그만두고 이 회사 기술이사로 스카웃되어 갔고 (이때는 우진시스텍이 VDSL 장비를 개발하여 KT를 상대로 전방위 영업을 하고 있는 시점이었으므로 노지원 씨는 대통령 조카보다는 KT과장의 자격으로 스카웃되어 갔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영양가 있는 해석입니다. IT업계에 있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다시피 ADSL이나 VDSL같은 통신장비 개발업체는 KT와의 관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 납니다. 물론 자사 출신이면서 대통령 조카라는 것이 같은 로비에서도 프리미엄이 더 있었을 수는 있겠죠~) 2006년 지코프라임의 인수 직후 동 회사를 그만두었으므로 사실 상 지코프라임이나 바다이야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물론 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나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야당 일각에서는 노지원 씨가 지코프라임의 우진시스텍 합병에 대통령 배경을 이용한 뭔가의 역할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의혹을 보내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사실 관계를 조금만 알고 보면 상당히 억지스러운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돈 많은 지코프라임의 우회 상장 노력이나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우진의 매각이라는 자구책이나 모두 외압, 비리와 굳이 연관 짓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성사될 수 있는, 당시 시장에서는 이른바 이상적인 WIN-WIN 케이스의 인수합병 모델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진시스텍의 지분 매각은 우진이 자체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우진의 대주주였던 무한투자가 우회 상장 막차의 기회를 노리는 지코프라임에 자신들의 소유 지분과 경영권을 시가 약 2배의 호조건(!)에 급~매각했던 것으로 사실 상 노지원은 물론이고 우진의 경영진 입장이야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대주주의 이런 결정에 옆에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황 상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결국 이렇게 보면 많은 호사가들이 의혹으로 제기하는 그 매각 시기가 코스닥 우회 상장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시점의 문제'도 억지스럽게 권력 실세, 음모론을 무리해가며 갖다붙이기 보다는 오히려 '대주주였던 기관투자가의 시의적절하고(?) 치밀한 손 털기(주식처분)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우회 상장이라는 무임승차의 기회를 잡고 싶었던 지코프라임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굳이 적대적인 M&A 음모가 아니더라도 당시 적자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들은 경영권 방어 여부는 고사하고 실제로 이런 대주주의 움직임을 전혀 모르고 당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알았다 하더라도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잘리거나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판국에 그나마 시가보다 나은 조건으로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할 기회가 생긴다면 굳이 마다할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제가 예상 했듯이 이 사건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이나 거대한 어떤 게이트와는 달리 영등위나 문광부 또는 게임산업개발원 등 심의,인허가 관련 관계자 몇몇의 비리, 바다이야기 및 게임장 뒷돈과 관련한 큰손(?)과 관계 공무원, 경찰, 조폭 개입 정도의 고리 일부를 밝혀내는 선의 검찰 수사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큽니다.
실제로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예전 군사,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이런 도박 관련 게이트들이 여지없이 정치권 실세 개입과 정치자금 사건으로 비화되었던 데 대한 기억, 이전 정권들 말기 어김없이 터져 나왔던 친인척, 아들 게이트에 대한 기억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부의 정치 공세 자체만으로도 여론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처럼 휘둘릴 수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머머라 카더라~'식의 접근은 오히려 몇몇 권력 실세들에 대한 의혹 제기 역시 근거 없는 낭설일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더라도 노지원, 우진시스텍 예에서 살펴 본 것과는 또 다르게 '바다이야기'의 급속한 확산 뒤에 또는 문광부의 석연치 않은 상품권 정책의 이면에 어떤 정치적 압력이나 권력 실세의 개입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수사를 통해 밝혀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과는 별개로 경품용 상품권으로 인한 사행성 게임 통제의 정책적 실패 또는 방조 의혹은 여전히 문광부와 현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합니다.
문광부는 여전히 이러한 상품권 정책이 게임 산업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었다고 강변합니다. 실제로 게임장에서의 상품권 유통 확대를 통하여 엄청난 세수 확대는 물론 막대한 게임 산업 지원 자금의 확보 등 성과(?)도 있었고, 그 뿐 아니라 전국 15,000여개의 오락장 특수로 PC업계 역시 IMF 시절 PC방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기도 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 모두를 가능케 했던 것은 결국 정부의 상품권 정책이 합법적 도박장을 양성하고 '바다이야기'가 사행성 도박화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했던, 즉 아무리 고의성은 없었다고 눈감아 준다 하더라도 결국은 비정상적으로 초래된 불법 하에서 가능했던 성과라고 볼 때 문광부의 강변은 일고의 여지가 없습니다.
도박의 문제는 매춘, 마약과 더불어 끝이 없는 인류의 숙제입니다. 이것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명쾌한 대안은 아직 어디에도 없습니다. 여기서 국가의 최선의 역할은 그저 이것을 '통제 가능한 최소한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것에 또 한번 실패했습니다. 정책적으로 실패 한 것인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고의적으로 방조한 의혹이 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만, 이 시점에서 또다시 가슴만 뜨거워져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공권력을 동원하여서라도 이 '악'을 뿌리째 뽑자고 외칠 것은 아닙니다.
또한 문제의 핵심은 아랑곳없이 그저 게이트 성 의혹 부풀리기나 마구잡이 비난만한다고 해결될 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비리에 얼룩졌거나 결과적으로 불법을 조장했다 하더라도, '정책'이 있었고 그것이 현재 합법적으로 유효하게 집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법과 비리 사안에 대한 공정한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재발의 방지는 물론 연 28조가 왔다갔다했다는 이 실패한 정책 자체를 소프트랜딩 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국민들의 냉정하고 성숙한 이 사태에 대한 '관전' 의식 역시 필요합니다.
ⓒ drag2k 이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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