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교수·기자·정치인 IQ 테스트
정치/경제 2005/08/01 11:41   http://blog.azoomma.com/richard/200959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한일장신대 김동민교수의 칼럼을 약간 수정한 글입니다.

나도 누구처럼 과음을 해 머리가 아프지만 갑갑해서 또 글을 쓴다. 노무현 대통령이 7월28일 ‘지역구도 극복과 대연정 제안’이란 제목으로 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 때문이다.

아니, 편지 때문이 아니라 그 편지에 대한 빗나간 해석과 생뚱맞은 논란 때문이다. 어제 오늘 매체들에 실린 기사와 사설, 칼럼 제목들을 보자.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 구상하자”(한겨레 29일자 1면 톱)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땐 대통령 권력 이양할 것”(중앙 29일자 1면 톱)
-盧대통령 사실상 정권교체 제안(동아 29일자 톱)
-“한나라 주도 聯政땐 정권 내놓겠다”(조선 6면 톱)
-한나라당에 권력 넘기려고 대통령 됐나(한겨레 29일자 사설)
-대통령 聯政강의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조선 29일자 사설)
-위헌적 연정구상 왜 자꾸 거론하는가(중앙 29일자 사설)
-국민은 聯政 안돼 힘든 게 아니다(동아 29일자 사설)
-남은 2년은 聯政 위해 올인할 생각인가(조선 30일자 사설)
-누구를 ··· 무엇을 위한 대연정인가(장영수 고려대 교수, 중앙 30일자 시론)
-盧대통령 ‘聯政 집념’ 버리시오(전진우 칼럼, 동아 30일자)
-뜬금없는 ‘정권이양 발언’ 어떻게 볼까(손석춘 칼럼, 오마이 28일자)
-누구 맘대로 권력을 이양한단 말인가(고태진 칼럼, 오마이 28일자)
-노대통령, ‘삼성 구하기’에 나섰나?(손호철 서강대 교수, 프레시안 29일자)
-노 대통령의 정권포기 선언(미디어오늘 29일자)


온통 연정 타령뿐이다. 발언의 핵심인 지역구도 극복은 찾아보기 어렵다.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며 ‘손가락 평’만 하는 꼴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 보자.
“나는 죽어도 이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
이 글의 강조점이 어디 있는지는 자명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에 대해서는 덮어두고는 ‘자살하면 안된다’며 그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 대통령의 ‘당원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두 세 번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30일자 사설, 선거는 뭐하러 하나) 라고 날을 세운다. 이상하다. 나는 한번만 읽어도 이해가 되던데 말이다.

“저의 제안은 여러 가지이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결함을 바로잡아서 정치를 정상화하자는 것입니다.” 핵심은 지역구도 극복과 정치개혁이었다. 그리고 지역구도 극복은 “정권을 내놓고라도 반드시 성취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대연정의 구체적인 제안 설명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교수·기자·정치인들은 대연정에 대해서만 핏대를 올린다.

그 중 위 장영수 교수의 중앙일보 기고문 ‘누구를 ··· 무엇을 위한 대연정인가’는 가관이다. 장 교수는 노 대통령의 글을 읽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다.

장 교수는, 대통령 권한 이양은 위헌이라며 “노 대통령이 ··· 연정을 촉구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 상황이 어렵고,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무엇을 위한 대연정인가’는 노 대통령이 글에서 분명이 밝혔는데도 이런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장 교수의 글에서 지역구도 극복이나 선거제도 개정은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

대연정 제안이 삼성 구하기라는 억측도 지나치다. 그런 혐의는 둘 수 있지만(나도 의심은 한다) 단정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것은 가뭄에 웬 파업이냐고 부르짖었던 조선일보를 연상케 한다. 물론 조선은 이번에도 똑같은 논리로 사실을 왜곡한다. 연정에 올인이라니? 누가?

“선거구제만 바꾸면 뿌리깊은 지역갈등이 하루 아침에 눈 녹듯 사라질 것이란 가정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다.”(한겨레 29일자 사설) “선거제도 개정이 지역감정 해소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중앙 30일자 사설) 대통령의 글 어디에도 이런 부실하기 짝이 없는 가정이나 만병통치약이란 주장은 없다. 선거제도 개정은 지역감정 해소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한겨레, 실망이다.

나도 노 대통령이 번번이 구설수를 만들어내는 것이 짜증이 난다. 좀 참거나, 하더라도 좀 다른 방식으로, 또는 시기를 잘 선택해서 하지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개점 휴업’ 상태이다시피한 열린우리당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더라도 냉정을 잃지 않는 가운데 화두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가뭄에도 필요하면 파업을 해야 하는 이치와도 같다.

교수나 기자는 발언의 방식이나 적실성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을 놓치거나 방기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영남지역당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으며,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이 호남지역당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 대표는 지역당의 존재 자체를 찬양한다.

노 대통령의 편지 글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을까? 이제 대연정 비난은 그만하면 됐으니 선거제도 개혁과 정치개혁 등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열정을 쏟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