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절한 반성과 동시에 ‘리얼타임’으로 신사참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막된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과거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두고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한다고 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해외에서 과거사문제에 대해 ‘반성’을 표명한 것은 지난 1991년 5월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가 싱가포르 방문시 일본의 과거 침략행위에 대해 ‘포괄적인 유감’을 밝힌 이래 처음이니 나름대로 그 ‘반성’의 강도는 꽤 있는 것처럼 보이지? (사진은 신사참배하는 고이즈미 총리)
근데 이날 고이즈미의 연설 내용은, 주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의 심정’을 표명했던 담화를 베껴먹었거든.
암튼 요즘 좌충우돌 막가는 모드를 보이던 일본이 이제 생각을 바꾸는가 싶어 보인다만...
고이즈미가 통절하게 반성한다구 씨부렁 거리던 바로 그날, 일본에서는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일본 국회의원 모임(?)'이라는 단체에 소속된 일본의 국회의원 80명이 춘계대제에 맞춰 거의 리얼타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날 신사참배에는 집권 자민당에서 와타누키 다미스케 전 중의원 의장과 고가 마코토 전 간사장 등 거물급들을 포함 78명, 그리고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하라구치 가즈히로 중의원 등 2명이 참여했다.
그래도 총리가 자카르타에서 ‘통절하게 반성하는’ 분위기를 고려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현직 각료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각부와 방위청 부대신 등 정무관 3명이 함께 참배했다.
근데 이 요상한(?) 모임의 부회장인 후지이 다카오라는 인간이 중국의 신사참배 비판여론에 대해 "참배는 국민으로서 자연스런 것으로 유감"이라면서 "우리는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인근 국가와 우호를 깊게 하고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순수한 기분으로 참배하고 있다"고 주절거렸는데 뒤이어 "고이즈미 총리가 연내에 꼭 참배하기 바라며 참배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속내를 까발렸다.
그래서 고이즈미의 '통절한 반성'에도 불구하구 그 약발을(?) 모조리 희석시키고도 남았단 소리다. 솔직히 나라면 아무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마려워(?) 죽을 지경(?)이라도 하루쯤 지난 뒤에 하겠다, 하필 총리가 외국 가서 통절하게(?) 반성한다는 연설하는 날 굳이 참배를 해야 속이 시원한가?
이날 고이즈미가 과거 무라야마 전 총리의 통절한 반성을 다시 리바이벌(?) 한 것에 대해서 교토통신은 일단 중국과 한국에서 고조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비판론을 잠재우는 한편 중, 일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것으로 분석을 했더구만.
근데 중국은 일본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면 확답을 안하고 시간을 끌면서 애를 태우는 관행이(?) 있거든.
따라서 아직 묵묵부답인 중국의 태도를 고려할 때 이번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2차대전 승전기념식'에서나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날 고이즈미의 연설내용은 사실상 향후 일본의 대아시아, 아프리카 외교의 지침이 될 것으로 교토통신은 지적했는데, 내용을 보믄 이 지역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를 대폭 늘려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권고한 국민총소득(GNI) 대비 0.7% 수준에 맞춰갈 것이고,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ODA는 무상협력자금을 중심으로 앞으로 3년간 2배로 늘리겠다는 거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돈 좀 쓸테니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좀 팍팍 밀어 달라'는 소리다. 이밖에도 아시아의 젊은이를 아프리카에 파견하는 '아시아청년 해외협력대'의 설립을 제안했고, 중동평화 추진을 명목으로 팔레스타인 지원활동에도 착수하겠다고 했다.
근데 일본이 이렇게 주변국들 다독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다들 아다시피 미국이 있다. 특히 백악관에 이어 21일에는 부시의 '입' 노릇을 하는 라이스 국무장관까지 북핵문제의 안보리회부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보믄 요즘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6자회담 재개문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장난이(?) 아닌가보다.
즉,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 아시아에서 영국처럼 영향력을 발휘해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를 원하는 거고, 중동지역에도 진출해 조력자가 되어 주기를 희망하는데 과거사 문제로 역내에서 갈등만 일으키면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는 거다. 미국과 한국, 중국과의 관계도 같이 나빠질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지원문제도 그렇다. 당장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잘못한 거 없다는 모양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다르다는 식으로 이미 막가는 행태를 보였거든... 그런데 중동의 다른 나라는 모르겠는데 이스라엘의 경우 과거 나치와 협력했던 일본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결코 곱게 볼 수 없거든.
결국 일본이 평화를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개입을 한다고 해도, 역내에서 말빨이 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냥 미국 따라다니며 가끔씩 자위대를 파병해 준다거나 돈만 쓰거나 하는 정도지 별로 건질 것은 없어 보인다. 유태인애들이 과거사에 대해서 얼마나 악랄한데.
반면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맞춰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를 방문 하면서 '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후주석은 일단 아세안 10개국에 한중일 3국이 함께하는 10+3으로 시작해서 점차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별 경제공동체는 이미 하나의 패러다임이 됐는데 아시아 지역은 경제발전 속도가 빠른데 반해서 역내공동체 구성은 느리다는 것이 후진타오의 생각이다.
후 주석은 22일 저녁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찬성하는 태국의 탁신 치나왓 총리하구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의제는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이즈미가 '통절하게' 반성을 하건 말건 중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고 동아시아 통합에 매진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는 거다.
특히 고이즈미가 '통절하게' 반성하면서 동시에 상임이사국 진출은 무조건 해야겠다고 선언한 이상, 일단 과거사 문제로 불거진 동북아의 갈등은 '해빙'이 아닌 '잠복기'로 들어갈 것이다.
(사진은 야스쿠니 신사)
그러면 언제라두 다시 돌출할 수 있겠지?
근데 일본이 알아야할 것은, 아무리 미국이 강력하게 밀어줘두 역내 주도권 다툼에 있어서 중국에 비해 약점이 있는데 하나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지원이 일본에게 과연 좋게만 작용할까?
동아시아 공동체 구성에 대해서 미국이 반대하는 현실에서 지역통합이 가속될수록 미국에 대한 이 지역의 감정은, 특히 부시가 하는 꼬라지를(?) 봤을 때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그것을 일본이 그대로 덮어써야 하거든.
그리고 동북아에서는 과거사 문제가 영토 문제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만큼 동북아에서 멀어진다는 거고, 그것은 다시 말하면 그만큼 일본에 대해 미국이 기대하는 ‘역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진다는 거다.
그러면 결과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양쪽에서 다구리를(?) 당하는 수가 있다는 것이고.
동북아에서는 '독일처럼 깊이 반성하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왜? 맨날 그 동네에서 사고만 치고 지랄"이냐고 갈궈대구 말이야.
그니까 이런 엿같은 경우를 안당하려믄 '반성'은 고마해두 된다.
그동안 총리 바뀔 때마다 반성했다. 그러니 이제는 '입에 발린' 반성 그만하구 과거야 지울 수 없지만 앞으로라두 교과서를 왜곡한다든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든가 하는 식의 '반성할 짓'부터 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