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으로 따지면 서울은 이미 ‘준재난 지역’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둔 가정은 당장 서울을 탈출하라’는 경고도 나온다. 주부 류성희씨(33·서울 서초구 우면동)는 4년 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문제의 그 날, 류씨는 두 돌을 갓 넘긴 딸 수지와 함께 백화점 나들이에 나섰다. 그 날 따라 수지가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자, 류씨는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우유와 버터가 듬뿍 든 과자를 사서 수지에게 안겼다. 그리고 불과 몇 분 뒤였다. 과자를 먹던 수지의 몸에 이상한 뾰루지가 돋아나기 시작한 것은.
처음에 한두 개씩 토돌토돌 돋아나던 뾰루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지상 6층에 도달할 무렵 붉은 반점으로 변해 아이의 온몸을 뒤덮어 버렸다. 수지는 악을 쓰며 울어댔고 류씨는 혼비백산했다. 병명은? 여러 병원을 전전해 본즉 현대판 불치병이라는 아토피였다. 그 날 이후 류씨는 수지의 병을 고치려 고군분투했다.
류씨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도 진학했다. 환경성 질환이라는 아토피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물론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해서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류씨는 한 가지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대기 오염과 아토피·천식 간에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류씨는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미세먼지측정기의 농도를 거의 날마다 체크했다. 그리고 알았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올라간 다음날이면 수지의 아토피 증세가 어김없이 더 악화했다.
류씨의 의심은 아직 심증 수준이다. 아토피나 천식을 앓는 그 어느 환자의 진단서에도 ‘대기 오염’이 공식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류씨와 같은 의심을 품은 부모들에게 서울은 재앙의 도시이다.
주택난·교통난·빈부 양극화…. 서울살이를 팍팍하게 하는 요인은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 오염이다.
 oecd 국가 중 ‘최악’
그렇다 한들 서민 일반은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또는 ‘서울 공화국이 주는 각종 특혜를 포기할 수 없어’ 체념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서울 사람들의 호된 각성을 촉구하고 나선 이가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뿌리와이파리 펴냄)를 쓴 우석훈씨(경제학 박사)가 그 사람이다.
에너지관리공단·국무조정실에 근무하며 수 년간 기후변화협약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국제 협상에 참가했고, 현재는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인 우씨는 이 책에서 단도직입으로 이렇게 선언한다. ‘서울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서울은 이미 ‘준 재난 지역’이다. 특히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최악이다. 서울시 또한 대기 오염의 최대 주범으로 미세먼지를 꼽고 있다.
“아황산가스(so2)나 일산화탄소(co)는 어느 정도 잡았다고 자신한다”라고 서울시 대기과 관계자는 말했다. 1980년대 서울 전역에 도시가스가 보급된 이후 이들 물질의 농도는 10분의 1 가까이 낮아졌다.
그러나 오존(o3)과 미세먼지(pm10)는 여전히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애를 먹이는 것이 미세먼지이다.
2003년 말 현재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는 69㎍/m3으로 뉴욕(21) 런던(20) 파리(22) 도쿄(33) 같은 외국 주요 도시와 비교해 2~3배 가량 높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 호 교수는 “저개발 국가라면 몰라도 명색이 oecd에 속한 국가로서, 한국은 소득 수준에 비해 미세먼지 오염도가 너무 높은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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