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도롱뇽한테는 먹고 죽을 고속철도도 없다
정치/경제 2005/02/06 13:45   http://blog.azoomma.com/richard/180695
지율이 정부와의 합의로 단식을 풀었습니다.
 
3개월간 환경영향 평가를 통해 천성산 터널의 환경침해 여부를 재조사 하겠다는 것이 합의 내용의 골자입니다. 정부 측 7명, 천성산 터널 반대위 측 7명이니 아마도 환경 영향평가는 이변이 없는 한 7대7 동 수를 이루겠군요.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평가 결과에 논란이 있을시 이번 결과의 최종 판단을 대법원의 판결에 일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저는 이번 지율스님 단식 사태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제가 씁쓸했던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이번에도 정부가 압력에 굴복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고 두 번째는 기타 지역의 상대적 소외감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두 번째 씁쓸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야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 다시 거론한들 논쟁의 리바이벌이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몇 칠 전 저는 업무 관계로 광주에 기반을 둔 거래처 직원을 만난 일이 있었습니다.
 
일 문제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가 대화의 화제가 지율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제가 지율의 단식도 안타깝고 고속철의 공사 지연도 안타깝다는 말을 하자 그 분은 대뜸 배때지 부른 짓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영남은 나라에서 고속철 지어준다고 해도 환경이니 도룡룡이니 찾으며 우회하니 마니 배때지 부르는 소리하고 자빠졌다구요. 그러면서 만일 호남에 고속철이 들어오면 자기 집이 철거가 되도 상관없겠다고 볼 맨 소리를 하더군요.
 
이 생각이 호남 분들의 생각을 전부 대변 하는것은 아니겠지만 저 부터도 이 분의 주장이 일면 타당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속철이 영남부터 들어서는 것 자체에 반대는 하지 않겠답니다. 영남지방이 인구도 많고 산업 시설도 많기 때문에 그것 까지 샘 낼 마음은 없지만 하는 짓거리들이 영 거시기 하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고속철도의 공식 명칭이 경부 고속철도 입니다.
 
지금은 대구까지 전용 노선이 들어섰고 2010년까지 부산에 전용선을 연결하겠다는 거죠. 호남 지역은 대전까지만 고속철이 달리고 그 이후로는 일반 철도를 개량하는 구간 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이 2시간 30분이 걸린다 어쩐다 하지만 호남 지역 분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죠.
 
그나마 그림의 떡이면 다행이지만 고속철로 인해 기차 운행시간도 많이 지연되어 오히려 고속철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니 이 불만을 정부에 표출 안한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 될 정도입니다.
 
물론 호남 고속철 계획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착공할 엄두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2015년까지 완공 예정인 호남 고속철은 상당한 지연이 불가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호남 주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이번 지율사태를 바라보며 적지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발상의 전환을 해 봅니다.
 
영남지역에 인구가 많고 산업시설이 발달했기 때문에 경부 고속철부터 먼저 짓는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 지역에 고속철을 먼저 건설하는 것은 어땠는가 하는 것입니다.
 
도시가 들어서고 인구가 유입되고 공단이 조성 되려면 우선 인프라가 형성 되 야 하는 것입니다. 도로가 놓이고 철로가 놓이고 발전소가 건설되고 항만이 만들어 지는 것이 선행 되 야 한다는 거죠. 지금까지 항상 영남지역 우선 정책에 밀려 영남은 1순위 호남은 2순위로 전락한 결과가 호남의 상대적인 낙후를 가져온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만일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 구미가 아니라 전주나 익산 이였다면 어땠을까요. 구미나 전주나 산업 단지가 들어서기에는 여러 입지조건이 변변치 못함에도 불구하고 구미는 대규모 공단이 들어섰고 전주는 여전히 소비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치자의 결정으로 영남 지역이 개발 우선순위가 됐고 그 관성이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야경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대전을 기점으로 영남지역은 불빛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호남 지역은 몇 몇 도시를 제외하면 불빛이 끊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죠.
 
박정희 정권 이래 집중된 영남 권 편중 개발의 부산물 입니다.한지역의 발전 가능 의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관할입니다.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지역이 흥하기도 하고 침체되기도 하는 거죠.
 
영남에 도시, 공단이 몰려있기 때문에 고속철을 영남 지역부터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겁니다만 그 이면에 부익 부 빈익빈 현상이 지역에도 발생 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너희 지역은 별게 없기 때문에 엄청난 자금을 들여 고속철을 건설할 수 없다. 먼저 별게 있는 지역부터 건설 하고 나중에 생각해 보자라는 발상 자체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사람은 항상 어려워야 하고 잘 사는 사람은 항상 잘 살아야 한다는 기존 인식에서 앞으로는 어려운 사람부터 챙겨보자 라는 인식의 전환 말이죠.
 
교과서에도 나오죠. 호남은 평야지대라 땅이 비옥하여 쌀농사가 발달하고 영남은 어쩌고 저쩌고, 이 인식 자체를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호남은 농토가 비옥하니까 쌀농사를 지어먹으면 된다 라는 인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에 박혀 있습니다. 호남 = 농업, 영남 = 공업, 이 등식을 파괴할 때도 된 것 같군요.
 
저는 강원도 출신입니다. 지금도 제 고향에 가려면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3시간 30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지역이죠. 서울에서 부산에 고속철 타고 가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해합니다. 지형 구조상 강원도 지역에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기도 힘들고 대규모 도시가 발달하기도 힘들죠.
 
하지만 호남 지역은 다릅니다. 통치자의 생각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죠. 엄청난 재원을 조달 하려면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 하겠지만 적어도 2015년 완공 예정인 호남 고속철만큼은 차질 없이 진행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것은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시책에도 부합 할 뿐더러 상대적인 호남 홀대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