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각종 선거때마다 정치권이나 여성계에서는 ‘여성의 적(敵)은 여성’이라는 씁쓸한 문구가 회자되고는 했다.
 각 당에서 객관적으로 아무리 자질이 우수한 여성후보를 내세워도 동질감이나 연대의식을 갖고 표를 몰아줄 법한 여성유권자들이 오히려 여성후보를 외면하는 결과가 줄곧 나왔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사회적 원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여성후보의 능력에 대한 여성유권자들의 편견과 차별이 여성의 정계진출을 가로 막는 큰 요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벽을 뚫고 어렵게 17대 국회에 입성한 여성의원들을 두고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왜 일까.
◇여성보좌관 기피하는 여성의원들=17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여성의 도약이다. 전체 의원정수 299명 중 39명이 여성으로 채워짐으로써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두자리 숫자인 13.0%로 끌어올려 졌다.
그러나 여성보좌관 숫자는 여전히 미미하기 짝이 없다. 국회 사무처가 민주당 손봉숙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의정활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보좌관은 전체 현원 591명(4급보좌관) 중 남성이 566명(95.8%)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여성보좌관은 겨우 25명(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원들도 여성보좌관을 외면해 39명의 여성의원이 겨우 13명을 채용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보좌관 정원 2명을 모두 여성으로 채워 총 12명의 여야 여성의원이 여성보좌관을 고용했을 뿐,나머지 27명은 전혀 채용치 않고 있는 것이다.
당별 분포를 보면 열린우리당은 여성의원 17명이 여성보좌관 5명을,한나라당은 16명이 4명을,민주노동당은 4명이 2명을,민주당은 2명이 2명을 각각 고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5급 비서관 1명,6?7?9급 비서를 1명씩 둘 수 있는데 이 중 4급 보좌관은 의원의 최측근으로 정책과 정무영역의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때문에 총선을 전후해 비례대표 의원 50%,국회 상임위원장 30% 등을 요구하며 여성의 정치참여를 부르짖어온 여성의원들이 정작 자신의 보좌관들은 남자만 고집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점=여성보좌관을 고용하지 않은 여성의원들은 그 이유에 대해 “많은 남녀 지원자들을 면접을 통해 뽑다보니 어떻게 그렇게 됐다”는 해명을 하거나 “막상 찾아보니 쓸 만한 여성인력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 “지역구 관리를 여성보좌관에게 맡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고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여성의 진출이 열악한 국회실정을 감안,여성비례대표 후보를 전체의 50%씩 의무적으로 할당해 줄 것을 주장했고 이를 관철시킨 여성의원들이 여성보좌관의 인재풀을 탓한다는 건 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17대 국회에서 여성의 약진은 지역구에서 생존해 등원했다기보다는 각 당이 비례대표 홀수 순번을 여성에게 배정,전체 비례대표 56석 가운데 29석(51.8%) 이 여성에게 돌아간 할당정책으로 가능했다.
열린우리당 여성의원들의 경우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때도 여성 30% 할당제를 요구했다. 따라서 이같은 할당정책의 취지에 발맞춰 여성의원들 자신도 적극적으로 여성보좌관을 발탁해 여성 정치인력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여성보좌관을 채용하지 않은 여성의원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며 “여성 고급인력이 요즘 얼마나 많은데 능력탓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특히 할당제의 혜택을 받은 비례대표들은 4급 보좌관 2명 중 1명은 반드시 여성을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의 조용남 보좌관은 “국회에서 7년째 보좌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히 능력이 부치거나 할 일을 못한 건 없었다”고 잘라말했다.
김호경기자 hkkim@kmib.co.kr
흠... 정말 여자의 적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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