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연 진실을 보고 있는 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퍼 왔습니다.
몇 달 전 우리 집 앞에 만두 전문 식당이 생겼다. 그 식당이 문을 열고 한두 달 지나서 이른바 '만두 파동'이 터졌다. 그 식당은 아직은(!) 영업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모르겠다. 얼마 전 그 집에 배달을 부탁했는데, 배달 온 사원은 매우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음식을 배달해 준다. 그 뒤로는 그 집에 배달을 안 시킨다. 만두 속이 비위생적이어서가 아니다. 음식을 배달할 때의 그 귀찮아하던 배달 사원의 표정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요즘 내수 경기, 특히 소매업이 고사 직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표적으로 택시, 백화점, 음식점을 사례로 든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경기의 위축-조/중/동에서 말하는 불황-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소매업에서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패자가 나오게 마련이다. 반면에 승자도 있다.
내수 경기의 회복을 위해서는 이 구조조정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책적으로 구조조정의 패자들을 인위적으로 살리려 할 경우 문제는 나중에 더 큰 형태로 불거질 것이다. 1. 택시 택시의 수입이 과거 같지 않다고 야단이다. 회사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내고 가스 넣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한다. 개인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12시간 일해서 집에 10만원 갖다 주면 대성공이라고 한다. 내수 경기 위축, 더 섹시하게 말해서 불황의 바로미터로 택시를 얘기한다.

하지만, 택시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단순히 내수 경기 위축 때문이 아니라 택시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기 때문이다. 자가용 없는 집을 찾기 힘들어진 요즘 서울에서 굴러다니는 택시는 7만대이다. 뉴욕의 4만대보다 3만대나 많다. 서울보다 택시수요가 많을 것이 분명한 베이징 시는 6만대인 현재의 택시 대수를 동결하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그 어느 도시보다 인구 대비 택시 대수가 많은 서울에서 심야 지하철, 심야 버스, 대리운전, 모범 택시, 중형 택시까지 개인택시나 회사택시의 경쟁 상대는 자꾸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아무리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택시산업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개인택시 면허를 획득한 기사들의 요구로 서울시 개인택시가 내년 말까지 3천대나 늘어난다. 이미 5백대인가, 1천대인가는 늘어났다. 개인택시 면허를 받고도 택시를 못 받은 기사들이 계속 시위를 했고, 서울시가 그걸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불황 탈출을 위해서는 택시의 숫자를 줄이는 구조 조정 밖에 길이 없다. 물론, 이해관계 때문에 잘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2. 백화점 신문이 불황의 근거를 내세울 때 흔히 드는 사례가 백화점 매출이다. 하지만, 백화점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할인점의 매출이 증가 추세라는 것은 잘 거론하지 않는다. 2001년 3/4분기 백화점이 올린 매출은 3조 7천억원이었고, 대형 할인점이 올린 매출은 3조 6천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2/4분기에는 역전되었다. 백화점은 4조 7백억원, 대형 할인점은 5조 1천억원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거론하지 않고, 오직 백화점 매출이 줄었으니 불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2/4분기 도소매업 판매액의 불변금액지수는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백화점은 94.3, 슈퍼마켓은 89.4로 떨어진 반면에 대형 할인점은 169.7, 편의점은 248. 1로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00년에 비해 백화점과 슈퍼마켓은 매출이 줄어든 반면에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것이 할인점과 편의점 개개 영업장의 매출 증가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영업장의 숫자가 늘어난 데 따른 매출 증가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소비 장소가 백화점과 슈퍼마켓에서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소비재 소매업도 현재 구조조정 중에 있다는 말이다. 3.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경기가 나빠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다 망해간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것이 외식업이다. 하지만, 외식업에서도 구조조정의 추세는 뚜렷해 보인다. 99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시의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체 수를 보면 개인 사업자 수는 해마다 2,000~3,000개씩 늘어왔다. 증가 비율로는 2~3% 수준이다. 개인 사업자가 음식점을 여는 것은 아마 대부분 "먹고 살게 없어서", "식당이나 하지" 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법인 사업자 수는 해마다 200~300개씩 늘었다. 증가 비율로는 연간 15~29% 수준이다. 2003년 이후의 통계조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법인 사업자가 하는 숙박 음식점업 수는 증가 비율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났을 것이다.
법인 사업자가 하는 식당은 대체로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다. 자본도 그렇고, 관리기법도 그렇고. 이 때문에 개인 사업자의 영업장에 비해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높은 품질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이런 요인 때문에 손님도 상대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이것은 외식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것 아닌가?
실제로 며칠 전 CJ푸드빌이니, TGI니, 베니건스니 하는 대형 외식업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4. 소매업은 구조조정 중이다. 내수 경기의 위축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든다. 투자 부진, 건설 경기 침체, 신용 불량자 문제의 미해결, 주식 시장의 침체 등등. 그리고, 그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곳으로 소매업체, 자영업자들을 든다. 상당 부분 그런 요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IMF 이후 너도나도 소매업에 뛰어들어 과잉 투자가 이루어진 요인도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소비 추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불황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남의 탓을 하는 사업자들은 자신이 소비자의 소비 추세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정부를 원망한다고, 멀어져간 소비자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내수 경기의 회복을 위해서도 최대한 빨리 이런 소매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공급자로서의 경제 주체인 택시 기사와 백화점, 영세 음식점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것만이 내수 경제 확대 재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지금도 예전에 잘되던 식당은 여전히 잘되고 있고, 요새도 아웃백이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 같은 패밀리 레스트랑은 줄 안서면 못 들어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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