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수 있을까
사회/문화/국제 2004/08/09 22:23   http://blog.azoomma.com/richard/149479

고구려사史 말소와 동북공정


고구려사史라는 것이 가지는 상징성은 무엇일까요. 왜 하필 중국은 발해도 아니고 고려도 아닌 고구려의 역사를 조작 혹은 말소하려는 것일까요. 아시다시피 중국의 동북공정은 중국사회과학원의 주도로 행하여지고 있는 국가적 프로젝트입니다. 이러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논의와 더불어 정권 내부적인 합의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중국의 경우, 하나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적어도 10년 이상의 논의를 합니다. 장강을 가로막는 삼협三峽댐의 경우,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20년의 논의와 20년의 설계와 20년의 기초공사와 20년의 마무리 공사라는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기간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이번의 동북공정 역시 상당한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 논의되어 왔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사의 말소 역시 ‘동북공정’이라는 뿌리 위에 자라난 줄기와 같은 것일 겁니다. 고구려사를 말소했을 경우, 응당 나오게 마련인 남한과 북한의 격렬한 반응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란 뜻입니다. 만약 지금이 냉전시기였다면 아마도 우리는 거리에 나가 ‘중국타도’를 외치는 관제데모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번의 ‘고구려사’ 사건 역시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막연히 흥분되고 ‘열받은’ 상태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생각하듯이 ‘짱꼴라스러운’ 나라만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중국은 늘 ‘빅딜’을 추구해왔고, 여전히 그러합니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요. 소수민족 문제일까요. 물론 중국 내의 소수민족 문제가 점차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소수민족 문제가 러시아의 체첸공화국이나 아르메니아 공화국 내의 나고르노 -카라바흐 자치주, 혹은 이라크와 터키의 쿠르드족 문제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신장위구르 자치주의 위구르 문제는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극히 지엽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며 티벳의 경우 역시, 달라이 라마가 티벳의 자치(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쪽으로 점차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화적으로 풀릴 가능성 마저 있습니다.


중국이 진실로 두려워 하는 것


중국은 지금 미국에 의한 거대한 ‘대(對)중국 포위망’ 안에 갇혀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구(舊)소련의 공화국들에는 각기 거대한 규모의 미군 기지가 설치되어 있으며(‘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그럴듯한 슬로건 아래), 미국과 20년 이상을 혈투를 벌인 베트남 인민공화국 역시 미국의 ‘2중대’인 일본의 경제적 예속 아래에 있으며, 베트남은 잘 알다시피 지난 1979년의 중국의 베트남 침공 이후, 적대적 평화의 단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른바 ‘1000 해리 전수방어’라는 개념 아래, 말래카 해협까지 그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등 뒤에 도사리고 있는 ‘늙은 제국’ 러시아를 제외한다면 중국이 진출할 수 있는 모든 진로가 모조리 막혀 있는 셈입니다.


지난 2002년(연도는 확실하지 않습니다)의 중국 국방부가 펴 낸 『국방백서』를 보면, “인민해방군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는 커녕, 남조선의 해군과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때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지도 않았으며, 군사잡지에서도 ‘뻥카’ 정도로 치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대외적인 엄살이 아닙니다. 중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들은 덩치는 크지만 실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1960년대에 러시아에서 건조된 ‘수출용 다운그레이드’ 버전들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이순신급 구축함(5500t)’의 경우 주포가 오토멜라라 127㎜ 자동속사포 단 1문입니다. 대신 대함미사일인 k-하픈을 16발 적재합니다. 사정거리는 180㎞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대해상전은 더 이상 함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이 감지하지 못하는 거리에서 적을 먼저 발견하고 먼저 쏘면 끝나는 게임이 바로 현대해전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해군의 주력 전투함들은 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케 하는 모양들을 하고 있습니다. 방공시스템 역시 당연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음속의 속도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발칸으로 잡겠다는 식의 사고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해군과 질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이 통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따라서 만약 일본이 독한 마음을 먹고 남중국해를 봉쇄한다면, (핵전쟁을 벌이지 않는 이상) 중국은 앉은 채로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우스꽝스런 형상입니다.

 

그 봉쇄에 태평양 주둔 미해군이나 남한의 해군이 합세하거나 최소한의 암묵적 동의만 한다면, 중국은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소련이 무너지고, 미국이 유일의 제국으로 남았을 때, 중국은 참으로 느슨하게 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전략적 동반자’입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국의 속내는 전혀 다르지요.


미국이 소련의 붕괴 이후, 대(對)중국포위망을 20여 년에 걸쳐 완성한 것은 그 당시 이미 21세기에 미국과 견줄 수 있는 나라는 중국 밖에 없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화교로 대표되는 중화경제권의 어마어마한 현금 동원능력을 볼 때 자칫 미국연방정부의 재정을 일시에 파탄낼 수 있는 존재는 일본의 재무능력이 아니라, 중국의 거대한 해외자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거대한 자본에 강력한 군사적 에네르기가 결합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통제불가능한’ 제국이 되겠지요.

중국에 대한 봉쇄선은 현재 크게 보아 세 개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러시아의 현상유지를 통한 대(對)중국 밀착의 원천 봉쇄.
두 번째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간섭을 통한 배후 기지의 원천 차단. 세 번째로 일본 자위대(특히 해상 자위대)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통한 무역선의 직접 위협.

 

이 중 중국에게 ‘실효적으로’ 두려움을 주는 것은 세 번째입니다. 중국은 원래 2020년 정도에 중형 항공모함을 도입 혹은 자체 건조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상하이의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건조창에서 설계를 마친 중형 항공모함이 건조되고 있습니다. 2008년 경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더군요. 이 항모의 건조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대만에 대한 직접적인 협박용입니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의사는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할 능력은 없습니다.

현재 대만군의 총 병력은 29만 정도입니다. 중국군에 비한다면 장비나 병사 개개인의 능력이 조금 더 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중 19만명이 지상군입니다. 해군이 5만, 공군이 5만입니다. 여기서 중국에게 특별히 위협이 될 만한 부분은 없지만,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최소한 75만 정도의 병력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만해군이 보유한 라파예트 급 프리키트(라기 보다는 구축함에 가까운)함과 중국의 수상전투함들이 맞붙었을 경우, 일방적인 도살을 당하는 것은 아마도 중국 측일 겁니다.

또 공군을 본다면 대만침공시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최신에 수호이 기종은 아마 50여 대 정도일 것입니다. 이 경우도 현재 대만이 보유하고 있는 미라지 시리즈나 F-16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군장비나 무기의 질이 아닙니다. 바로 수송능력입니다. 해상과 공중에서 가미가제 식의 무지막지한 인해전술로 대만의 해-공군을 상대하는 동안, 침공의 주병력인 지상군을 대만 본토에 양륙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이 보유한 수송선단의 규모로 볼 때 75만은 둘째고 7만 5천도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핵’이라는 ‘뻥카’와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일회용 주사기’에 의존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중국이 대만침공을 운운하는 이유


요즘 들어 중국 고위층의 입에서 연일 ‘대만 침공’ 발언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 알다시피 내부 단속용입니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능력이 없습니다.

변변한 함포 하나 만들지 못해 다연장 로켓을 화물선 위에 싣고 다니며 그걸 전투함이라고 으스대는 나라가 어떻게 전국을 첨단 시스템으로 도배한 나라를 칠 수 있겠습니까.

아, 물론 ‘장성 2호(대륙간 탄도 미사일)’로 대만섬을 석기시대로 돌려놓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 경우 미국과 러시아에 의한 경고성 혹은 보복서 공격으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불모지대가 되겠지만요.


후진타오와 장쭤민의 세력 사이에 벌어지는 ‘궁중암투’가 바로 대만침공설의 배후입니다. 중국의 재래식 군사력(인민해방군 + 인민무장경찰)의 수준으로 볼 때 남한과 붙어도 백전백패일 겁니다. 신무기와 전술의 개발과 숙지 보다는 돈벌이에 더 관심이 많은 군대는 인류의 역사에서 승리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과거 중국 현대사의 군벌들이 그러하듯이.


8개의 대군구가 각각 하나의 군벌체제를 이루고, 그 상위 군벌들이 다시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원이 되고, 그것을 다시 군사위 부주석이 느슨하게 장악하고, 핵통제권을 당중앙과 ‘제 2 포병’이 나누어 쥐고 있는 나라, 중국.

인류사에서 만약 ‘우발적인’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지금의 중국이 그 개시점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당(후진타오)과 군(장쭤민)이 서로의 권한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금, 중국 권력의 내부는 아노미의 상태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이 대만에 결코 돌입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 때문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미국의 군사적 능력 때문입니다.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다 아실 것이므로 생략합니다. 만약 미국이 대만을 포기한다면 일본도 동시에 포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의사는 있지만 능력이 전혀 뒷받침 되지 않습니다. 정말로 대만을 침공하려 한다면 아마도 요즘과 같은 식의 ‘맆 서비스’는 불필요합니다. 군사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란한 출정식이 아니라, 침묵 속의 기습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