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니 못한 이회창의 3번째 사과 회견
정치/경제 2004/03/10 01:49   http://blog.azoomma.com/richard/119596
[고태진 칼럼] 사과나 반성보다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

▲ 이회창이가 9일 대국민 협박 기자회견을 갖고, "책임은 지겠지만, 검찰이 정치적계산을 하고 있다"며 검찰수사를 비난했다. 이씨가 회견도중 뻔뻔한 얼굴 모양을 짓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오늘(3월9일) 또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30일, 12월 15일에 이어 벌써 3번째 사과문이자 반성문이다.

이회창씨가 한나라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겠으나 갈수록 그의 진정성이 떨어져 보이는 것은 문제다.

작년 10월에 있었던 그의 사과는 검찰 수사 결과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100억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것이 드러난 직후의 일이었다.

"국민 여러분께 무릎을 꿇고 사죄 드린다" "후보인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검찰이 요구하면 응하겠다"며 거듭 사과하였지만, 불법 자금 수수의 인지 여부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건 SK 100억원이 빙산의 일각으로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12월의 사과에서도 그랬다. 자신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 등을 통해서 SK, 삼성, 현대차 등으로부터 이른바 '차떼기' '책떼기' 등의 가공할 수법을 통해 502억원의 불법 자금이 들어온 것이 밝혀지자 느닷없이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두하였다. 그때도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도 그가 새롭게 밝힌 것은 없었다.

번번이 모든 책임지겠다고 했으나 새로 밝힌 것 없어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갔다. "검찰은 저에 대한 수사를 하루속히 마무리짓고 국법에 따라 저를 사법처리하기 바란다"며 반성의 변을 토로했지만, "5대 그룹의 경우 검찰이 지난 5개월 동안 수사한 결과가 '700 대 36'이라면 이것을 과연 공정하게 수사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말로 "검찰수사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반성보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데 더 중점을 둔 듯이 보인다.

사과나 반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의 규명이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잘못했다"는 식의 반성으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다.

이회창씨는 첫 사과 때부터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한나라당의 불법 자금을 밝혔어야 했다. 아니면 두 번째 사과 때라도 늦었으나마 그 전모와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 숨겼던 것을 검찰이 밝혀낼 때마다 하는 사과가 무슨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이회창씨가 한 번 사과할 때마다 불법 자금의 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의해 밝혀진 한나라당의 불법 자금의 규모는 8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워 보이는 이회창씨의 사과는 석고대죄를 하겠다던 최병렬 대표의 사과만큼이나 공허하다.

몸을 던져 시대적 소명을 이루어내겠다는 이회창씨가 느닷없이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으며, 수사가 상대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정작 사과보다는 검찰 수사에 흠집을 내 궁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차라리 그냥 자숙하고 있는 편이 나을 듯

결론적으로 도무지 이번 이회창씨의 기자회견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단지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을 같이 물고 들어가려는 의도에 의한 것이라면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만 안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회창씨에게 바란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모든 것이 자신이 지시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낱낱이 밝혀주어야 한다. 반면에 자신이 아는 바가 별로 없다면 정쟁에 발을 담글 것이 아니라 그냥 자숙하고 있는 편이 나을 듯하다.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지금보다 더한 불법 자금이 밝혀진다면 또 기자 회견해서 '내가 책임지고 감옥 가겠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지금 중요한 것은 노무현 캠프 쪽이든, 한나라당이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실 규명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하고 정쟁을 부추기는 이번 이회창씨의 기자 회견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었다.

 

[오마이뉴스 고태진 칼럼을 무단으로 옮겨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