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003] 호주제 폐지
정치/경제 2003/12/17 14:38   http://blog.azoomma.com/richard/109705

지난 7월22일 오전 국회앞에서 열린 호주제도 폐지 국회통과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가 남성들이 호주제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03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대형 논쟁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호주제폐지.

참여정부 출범을 계기로 나라안의 큰 이슈로 떠오른 ‘호주제 폐지’문제가 숱한 논란 끝에 민법개정으로 이어져 지난 11월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호주제 폐지추진은 한국여성사의 큰 획을 긋는 사건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가져오게 될 대변혁의 예고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주무부처 장관으로 호주제폐지를 이끌어 온 지은희 여성부 장관도 국무회의 직후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국무회의에 참가해 호주제 폐지안을 의결한 것이 감동스럽다”며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고 있지만 호주제페지 추진은 시민사회단체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지난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각계 전문가 200여명을 대상으로 21개 정부 부처의 추진정책에 대한 설문 평가를 실시, 호주제 폐지 추진을 우수사례의 첫손가락에 꼽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2003년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호주제 폐지 추진을 한국인권개선을 위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호주제 폐지를 담은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것이 국회의원들이 바로 봐야 할 국민정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정서를 이유로 호주제 폐지에 주춤거리지만, 막상 반대논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호주제 폐지’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고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지은희 여성부장관이 호주제 연내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5월16일 호주제폐지추진기획단을 설치, 호주제 폐지를 공식화시켰고 호주제 찬ㆍ반 논쟁이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성균관 가족법 대책위원회 주최로 6월10일 낮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가족법개정 반대 전국 유림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호주제 폐지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민법상 가(家)를 규정함에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도록 한 호주제는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적 남녀차별 문화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호주제폐지만이 잘못된 문화의 뿌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씨 선택의 자유 없이 여성과 자녀는 무조건 남편의 호적에 오르도록 강제로 규정함으로써 재혼시 여성쪽 자녀의 호적변경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며 폐지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반면 유림측 등 반대론자들은 호주제 페지가 가족과 가문, 족보, 성 등에 대한 개념소명과 가족문화 전반에 대한 붕괴를 가져올 것이며 강력하게 반발 하고 있다.

고은광순 홍명한의원 원장은 “호주제 폐지는 유림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무지’와 ‘무식’을 상대로 싸우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사법부 연구원들이 '여자들도 씨가 있느냐'고 물었을 땐 기가 막혔지만 논리적으로 허위의식을 깨야만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진정한 민주주의로 다가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호주제페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공동대표인 외국인 신부 하유설씨도 “남자가 으뜸이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사실에 매우 충격적이었다”며 “미국도 가부장제사회이나 법적으로 남성이 우월하다는 걸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며 호주제 철폐에 힘을 실었다.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호주제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정서에는 호주제 폐지로 가족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배어 있고, 나아가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도 내포되어 있다”며 우리사회 보수적이고 완고한 가족관념의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은 호주제 폐지가 곧 가족제도의 와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씨족총연합회,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등으로 구성된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은 호주제를 폐지하면 한국가족제도가 와해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강력히 투쟁할 것을 선언해 놓고 있다.

양측의 찬반양론 힘겨루기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민법개정안은 지난 9월4일 입법예고됐으며 2차례 연기끝에 11월28일 국무회의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한 민법개정안이 통과됐다. 현재는 국회법사위에서 의견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지은희 여성부 장관을 비롯한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호주제 폐지를 이뤄낼 역사적 전기인 만큼 국회통과를 더 늦출 수 없다며 연내 통과를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
지 장관은 국회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한편 11월20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호주제 위헌심판 제청 구두변론을 통해 호주제의 위헌적 요소들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한편 여성단체들은 아예 국회 앞에 터를 잡고 민법개정안 통과를 위한 대국회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여성단체 대표들은  ‘국회상주단’을 구성해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여성학자 오한숙희씨와 탤런트 권해효씨,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호주제로 피해를 입은 재혼가정 구성원 등 각계 인사와 일반 시민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 21, 28일에는 ‘국회의원·호주제폐지 반대론자들 모두 모여라’-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과 함께하는 허심탄회한 토론회를 열었고, 27일에는 호주제 찬성 의원에게 보내는 ‘힘내라, 평등보약’ 전달식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참여연대, 녹색연합, 경실련 등은은 호주제 폐지 찬반여부를 내년 총선 유권자운동에 반영하겠다며 총선과 호주제를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각분야 시민단체들도 호주제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매일 언론사외 국회의원 전원에게 팩스와 전자우편을 통해 보내는 등 지원격에 나서고 있다.

각 시민단체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다양한 행사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개정안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된 후에는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시대적 조류는 폐지론에 무게가 실려가고 있는 분위기다.
호주제 폐지로 남성의 기득권을 뺏어 여성에게 쥐어 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아내와 남편, 딸과 아들이 가족안에서 동등한 책임과 권리를 다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과연 한국사회는 가부장적 제도를 벗어버리고 2003년을 양성평등을 향한 힘찬 출발의 기념비적인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취재:최강(ckang@news.go.kr)

<정부가 상정한 민법개정안>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개정안은 민법상 호주에 관한 규정, 호주제를 전제로 한 입적ㆍ복적ㆍ일가 창립ㆍ분가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비롯해 부부합의에 따라 자녀가 어머니의 성도 다를 수 있도록 하는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안에는 가족의 범위를 조정해 호주의 배유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민법에 의해 가에 입적한자에서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형제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형제자매’로 바뀌었다.

마찬가지지로 쟁점이 된 성씨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부성강제주의'를 '부성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으로 바뀌었고 단지 부부가 합의한 경우에 한해 모성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출처 : 국정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