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빼앗긴 것이 불법선거자금 뿐이랴.
정치/경제 2003/12/16 16:50   http://blog.azoomma.com/richard/109627

0.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해서 지난 10개월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진보진영의 어떤 논객이 그랬습니다. 수구.보수세력은 노무현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을 가질게 없다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다 해줬는데 왜 그러냐고. 새만금, 네이스, 파병, 파업 모두 보수적으로 처리하지 않았냐고.

아마 이 말 들은 수구.보수세력,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을 겁니다. 지난 10개월 간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정쟁으로 지세우고 노무현 대통령 흠집이란 흠집은 다 냈지만, 수구세력이 야금야금 뺏긴게 한 두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편하게 날로 먹었던 것을 앞으로 못 먹게 된 게 많습니다. 그것도 모조리 돈 문제입니다. 돈 안되는 문제는 보수적으로 하는 듯 한데 제일 중요한 돈 문제는 왜 그렇게 기존의 제도를 뜯어 고치는지 열불 터집니다.


1.

한 번 열거해 볼까요. 제일 먼저 정치자금. 다 아시죠? 내년 총선에 불법자금 퍼다 쓰기는 다 틀렸습니다. 선거판에 돈이 마릅니다. 자판기 조직은 큰 일 났습니다. 그래도 정치자금 문제는 나은 편입니다.


한국 졸부의 상징은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이 받쳐주지 않으면 노동 외 소득으로 떼돈버는 그 쉬운 길이 탁 막혀버립니다. 우리나라의 임금소득, 노동소득 불평등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 올리는 길만 봉쇄되면 수구세력이 쉽게 돈버는 길도 봉쇄됩니다.

요즘 임금소득 지니계수가 .320까지 올라갔다고 호들갑인데, 복지국가라는 네델란드의 지니계수도 그 정도됩니다. 부동산만 잡히면 임금소득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면 부동산 투기 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소득의 불평등은 심각합니다. 서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낮은 임금 때문이 아니라 한정없이 오르는 부동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이정우 정책실장이 헨리조지주의자랍니다. 헨리조지라는 사람의 발상이 토지는 한정자원이라 시장의 법칙에 맡기지 않겠다는 겁니다. 빨갱이라고 몰아붙여야 되는데, 제기랄 정쟁으로 지세우느라 정작 이건 못막았습니다. 이정우 실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부동산 문제는 이제 수구세력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 어려울 겁니다.

지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반발하지만 밀어붙이라는 대통령 지시도 있었습니다. 10.28 대책이 나오기까지 정부 부처 내의 반발도 심했다고 합니다. 그 반발을 억누른 것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라는 명언도 남겼지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부동산만 뺏긴줄 아십니까? 증여세에 대한 포괄적 과세 법안도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선거 당시 위헌 논란도 낳았던 법안입니다. 요리 돌리고 조리 돌려서 세금 한 푼 안내고 부를 세습하던 그 관행을 따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황금알도 못낳는데 그간 모아둔 황금알도 자식 새끼한테 맘대로 못물려줍니다. 물려주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 법도 불로소득의 원천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대를 물려 빈익빈 부익부를 연출하려는 수구세력의 계획에 철퇴를 가한 법입니다. 아참, 종합토지세도 왕창 오릅니다. 전국에서 땅부자 5만에서 10만명 정도가 세금 부담을 왕창 안게 됩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더니만, 이건 그 정도가 아닙니다. 수구세력 입장에서 보면, 전투에서는 이겼는데 우리 땅은 다 내준 셈입니다. 영토가 확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설사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나도 법은 남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10개월만에 부동산과 편법상속으로 불로소득 올리던 그 좋은 시절이 갑니다. 아주 갑니다.


이러니 수구.보수세력이 어찌 원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단지 이회창이 감옥하는 차원의 심정적 문제가 아니라 알토란같은 내 돈이 나갑니다.

그나마 희망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빨리 물러나 제정된 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입니다. 빨리 이원집정부제를 하든 뭐든 해서 다른 행정부가 들어서 법을 안지키를 바랄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될까요? 수구세력을 분통터지게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유물론의 문제입니다.


2.

수구세력이 뺏긴 것이 있다면, 서민은 얻은 것도 있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진료비 본인부담 총액 상한제입니다.

1년에 의료비 600만원 내면 더 이상은 안내도 됩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작은 병은 고치기 쉬운데 가족 중에 큰 병 걸린 분이 생기면 그 가족전체가 황폐화되는 폐해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런 일 없어집니다. 1년에 600만원이면 보약빼고 다른 의료비가 해결됩니다. 저소득층의 진료비 상한선은 이 보다 더 낮습니다. 그래도 무상의료를 안하기 때문에 반민중적이라고요? 그냥 웃습니다. (참고로 진료비 총액 상한제는 작년 선거에서 사회의료 부문 TV 토론 후 유시민 의원이 필요하다고 "라디오21"의 전신인 "라디오Roh"에서 지적했던 사항입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줄기차게 얘기한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때문에 선진의료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료보험을 미국처럼 바꾸라는 얘기를 슬금슬금합니다. 의료보험도 시장논리를 도입해서 부자는 좋은 의료 보험, 가난한 사람은 싸구려 보험에 가입하는 식으로 "개혁"하라는 주장합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조선, 중앙의 이런 주장을 무시하고 반대로 가는 것입니다.


월급쟁이 분들. 근로소득세 인하된 것은 아십니까? 수구,보수세력의 수입원천인 부동산과 상속은 세금을 왕창매기는 대신 근로소득세는 내렸습니다. 아참, 나중에 연말 정산할 때 본인이 부담했던 의료비는 이제 전액 소득공제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기억해 두십시오. 옛날에는 의료비 쓴 것도 소득공제에 상한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후회말고 영수증 꼬박꼬박 챙겨두십시오.


이 외에도 많습니다. 달동네 주거환경 개선에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고요, 앞으로 담뱃값 올리면 그 중 7200억원은 빈곤층 지원에 쓸 계획이랍니다. 문제 많은 기초생활보장제의 적용대상도 확대하고, 체납건강보험료도 면제합니다. 차상위 계층에 대한 경로연금과 보육료 지원토 검토 중이죠. 물론 그래도 많이 부족합니다.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출려면 갈 길이 멀고도 멉니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는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생산"을 통해서 "복지"를 이루어가겠지만, 절대적으로 빈약한 우리나라의 복지, 사회안전망을 갖추는데도 분발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3.

기왕 말이 나왔으니 돈 문제 말고 다른 것도 볼까요? 말 많도 탈 많던 호주제가 폐지됩니다. 이거 여성계의 숙원사업이었죠? 유림의 반대표가 무서워서 역대 정권에서 감히 시행하지 못했던 것도 아시죠? 노무현 정부 10개월 만에 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보수성을 드러냈다는 네이스 문제도 정부, 전교도, 교총의 삼자 합의로 결론내려졌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 시민단체는 무혀니즘 성공의 핵심동반자라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논란이 되는 사항은 이렇게 여러 당사자가 같이 참여해서 합의 결정합니다. 이게 무혀니즘입니다. 문제 많던 네이스가 무혀니즘의 시범작이 되었습니다.

오늘 중앙일보에는 윤덕홍 교육부 장관이 교체 순위로 거론되었지만, 전교조와 교총 모두 윤장관의 교체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짧은 시간인데 격세지감마져 느낍니다.


중소기업협의회의 반대와 로비로 번번히 무산되던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제도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되었습니다. 기업체에서 청와대 청탁이 싹 사라졌다고 말한다는 신문기사는 기억하시는지요? 공무원이 개혁대상이 아니라 개혁주체가 되어 비선라인과 사조직이 사라지고 온갖 스터디 그룹이 떴답니다.


경찰에서 정보, 보안 부서는 줄어들고 치안부서는 늘어난 것은 기억 못하시죠? 국정원, 검찰 독립은 뭐 얘기안해도 다 아실테고, 요즘도 북핵문제 때문에 한국에 불안해서 투자 못하는 사람 있습니까?


4.

오늘 노대통령이 기자회견 하면서 대통령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냐는 중앙일보 최기자의 질문에 국정은 흔들림없이 챙긴다고 목소리에 힘주어 답변했습니다. 노통 흔들기에 열심이신 분들. 혹시 이 답변에 이의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