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조선시대 태종이라면 왕권을 강화하여 세종대왕의 태평성대를 준비했던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종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많은 일들을 했지만 그 중에서 사간원을 독립시켜 대신들을 견제하며 왕권을 강화한 것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401년 태종은 즉위하자마자 의정부제의 정비에 따라 문하부낭사(門下府郎舍)를 사간원으로 독립시켰습니다. 즉 대신들과 같은 조직이었던 낭사는 왕권을 견제하는 기능이 주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낭사를 사간원으로 독립시킴으로서 대신들까지 견제시켜 왕권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부 조직이 서로 견제를 하는, 즉 어부지리로 왕권을 강화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태종 2년에는 사헌부와 사간원이 서로 탄핵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태종이 안렴사 김분의 참소를 듣고 사헌부 장령 박고를 견책하는데도 사간원 헌납 김첨이 바르게 간하지 못했다고 사헌부가 비판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헌부의 공격을 당하자 발끈한 사간원이 사헌부를 탄핵하고 나섰습니다. 태종은 양 기관의 싸움에 사헌부의 편을 들어 좌사간 진의귀 등을 지방에 안치(安置 : 왕족이나 고관 현직자에 과하는 유배형)시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 이후 사헌부, 사간원 두 기관은 서로의 잘못을 찾아내기에 주력했습니다. 이처럼 상호 견제시키려던 태종의 의도는 두 기관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였고, 결국엔 그 책임을 물어 대사헌 이지와 좌사간 최긍 등 두 기관의 수장을 모두 면직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태종은 왕과 신하들의 대립구도를 왕과 대신 그리고 언관들 서로 간의 견제 구도로 만들어 왕권을 강화하고 정치 세력의 균형을 이루게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조선의 언관 제도는 3사로 완비되었고, 사헌부와 의금부가 서로 견제하고, 사헌부와 사간원이 서로 견제하고, 심지어는 사헌부에서 사헌부 수장인 대사헌을 탄핵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서로 간의 견제가 바탕이 되어 세종대왕의 태평성대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 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제일 먼저 손댄 것이 검찰 독립이었습니다. 검찰 자존심 팍팍 긁어가면서 이루어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검찰 독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통령과 검찰이 사이가 좋으면 검찰 독립 백날 말해봐야 헛일입니다. 그래서 검찰 독립의 유일한 방법인 대통령과 검찰의 긴장 관계를 선택한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대통령입니다.
그 검찰 독립의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대선자금 수사가 아직도 시나리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는 사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 수사를 덮고 싶어도 이젠 덮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구태를 못 버리고 한나라당은 검찰에 협박 전화하고, 검찰 못 믿으니 특검하겠다고 나왔습니다. 지금 검찰 잘 하고 있습니다. 잘 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격려(?)까지 받았으니 더 수사 잘 하겠지요.
검찰총장이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편하다고 하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고요. 검사들이라면 모욕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발언입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태연하다면 정말 사람이 아니겠지요. 이제 검찰은 자존심을 걸고 수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 맞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검찰이 독립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굿바이 권력의 시녀.
이야기 셋
최병렬의 특검 주장을 두고 한나라당의 검찰 수사 물타기라든지, 오히려 검찰을 자극한 자충수라든지 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특검 주장은 오랜 고심 끝에 나온 최병렬의 승부수입니다. 최병렬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면 그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을 했겠습니까?
지금 상황을 보세요. 국민들은 <도둑놈이 검찰 못 믿겠으니 특검에서 수사 받겠다고 하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자민련 모두 검찰수사 종결 후 필요하면 특검을 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혼자서 특검법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하면 끝납니다. 게다가 홍사덕은 민주당 동의 없이는 특검법 제출도 안 한다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을 최병렬이 몰랐을까요?
애당초 특검은 이루어질 수 없는 뻥카였습니다. 그렇다면 최병렬은 왜 특검을 주장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검찰을 자극하여 대선자금 수사를 더욱 철저하게 만들려는 속셈에서 나온 것입니다. 최병렬은 이번 기회에 이회창 세력을 한나라당에서 제거할 생각입니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가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이회창 대세론 속에서 돈벼락 맞은 인간들, 즉 이회창 측근들은 자연스럽게 콩밥먹으러 들어가면서 제거될 것입니다.
사실 이번 대선자금 수사는 최병렬에게 꽃놀이패입니다. 대선자금 수사가 제대로만 된다면 이회창 세력은 자연스럽게 숙청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어느 정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재신임 국민투표가 진행되면(최병렬은 반드시 국민투표 하자고 할 것입니다) 불신임 운동을 하면서 한나라당(아마 당명도 바꿀 것입니다)의 실질적 오너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재신임 되겠지만 최병렬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여 지지자들도 규합하고, 자기 중심의 정당도 만들고 손해볼 게 없는 꽃놀이패 상황입니다.
최병렬은 지난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대선자금 수사가 적당히 마무리되면 최병렬은 완전히 호떡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위기에서 탈출한 이회창 세력이 최병렬을 그냥 두지 않을 건 뻔한 것이죠.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 후 대사면 같은 고해성사식으로 대충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얻은 것입니다. 재신임 국민투표의 의지도 확인하고요. 그래서 최병렬은 회동 다음 날 도장 쾅쾅 찍은 겁니다. 이회창 팽시키고 내가 한번 해보겠다. 쾅쾅쾅.
그러나 이회창이 가만히 앉아서 죽을까요? 지금 열심히 머리 굴리며 민주당 밥통세력들 벤치마킹하고 있을 겁니다. 밥통지키기에는 그들만큼 전문가가 없으니까요. 오늘도 밥통사수 하느라 안돌아가는 머리로 폭로랍시고 하는 것 보세요. 폭로는 한나라당이 전문인데. 하하하.